[e갤러리] 끈덩이의 세월, 세상의 주름…이윤정 '풍랑'

2017년 작
먹물적신 끈 한지에 찍어 흔적 내고 색 입혀
겹친 덩어리는 산·바위, 펼친 구김은 땅으로
  • 등록 2018-10-15 오전 12:10:01

    수정 2018-10-15 오전 12:10:01

이윤정 ‘풍랑’(사진=갤러리그림손)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검푸른 끈이 뭉텅이로 던져졌다. 얼마나 얽혔을까. 얼마나 엉켰을까. 억겁일 거다. 아니라면 그 끈이 산처럼 솟고 바위처럼 뭉칠 리가 없다.

작가 이윤정은 끈을 그린다. 배배 꼬인 끈의 얽힘으로 인생의 굴곡이나 존재의 엇갈림을 풀어내던 것이 처음이다. 그러던 게 변해갔다. 산의 주름이 되고 바위의 구김이 됐다. 전통동양화에서 산수를 묘사할 때 쓴다는 ‘준’이란 선을 끌어낸 거다.

방식은 이렇다. 흰색 레이스끈에 먹물을 적셔, 구기고 꼬인 채로 한지에 찍어내고, 그 흔적을 좇아 색을 여러 차례 입혀 간다. 흔적이 겹쳐지면 덩어리가 되고 펼쳐지면 땅이 된다. 끈 위에 수없이 박아낸 흰 점으로는 마무리. 산세의 깊이를 더하고 바위의 양감을 돋아낸다.

‘풍랑’(2017)은 그렇게 완성한 덩이의 세월. 세상의 주름이고 구김이다.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갤러리그림손서 여는 개인전 ‘땅의 주름’에서 볼 수 있다. 한지에 수묵채색. 173×210㎝. 작가 소장. 갤러리그림손 제공.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꼼짝 마
  • 우승의 짜릿함
  • 돌발 상황
  • 2억 괴물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