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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로서 국회운영에 관한 책임과 최고 권한을 갖는다.’
자유한국당 당헌에 나와 있는 원내대표의 지위입니다. 사실상 원내상황 대응과 운영에 관한 전권을 갖는다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20명 이상의 의원으로 구성된 원내교섭단체 정당의 원내대표는 막강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국회법에서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원내대표)과 협의하여 정한다’고 규정한 조항만 수십 건에 달할 정도입니다.
당헌에 권한 못 박아…당내 영향력 상당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원내대표의 ‘소속 국회의원의 상임위원회 등에 대한 배정’과 의원총회 소집권한을 당헌에 못 박아 놓은 만큼 이를 바탕으로 의원들에게 행사하는 영향력도 상당합니다.
이처럼 막강한 권한과 영향력을 가진 만큼 선거전 역시 뜨겁습니다.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직선제로 선출하는 반장선거 형식으로 뽑힙니다.
지난 11일 나경원 신임 한국당 원내대표가 선출된 의원총회에서는 총 103표가 나왔습니다. 검찰 기소 등으로 당원권이 정지돼 투표권을 박탈당한 9명의 의원을 제외하고 모든 의원들이 출석해 100% 투표권을 행사한 결과입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당선된 지난 5월 민주당 의원총회에는 현역의원인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때로는 원내대표 선거결과에 당 운명이 바뀌기도 합니다. 박근혜 전(前)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뒤 치러진 2016년 12월 새누리당(현 한국당)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친박(박근혜) 정우택 의원이 비박계의 지원을 받았던 나경원 현 원내대표를 꺾었고, 결국 이 결과가 비박계 의원들 탈당의 최종도화선이 됐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역시 나 원내대표는 친박·잔류파의 지지를 받고 김학용 의원은 비박·바른정당 출신 복당파 대표 주자로 나서는 등 사실상 계파 간 대리전 양상으로 치러졌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한국당은 정책위의장 선택권한까지 보유
하지만 원내대표의 이런 역할이 정착된 지는 15년 남짓의 기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를 통한 민주화 이후에도 상당 기간 주요 정당들의 당 운영이 원내중심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원내대표는 원내총무라고 불리며 당 총재의 보좌역 정도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물론 원내총무도 원내운영에 관한 권한을 가지고 있었지만, 독립적인 역할보다는 총재의 의중을 반영해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 이후 총재 개념이 점차 사라지고 고(故)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처음으로 ‘우리당 원내대표’라는 직함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현재와 가까운 역할과 위상을 갖게 됩니다. 다만 역설적이게도 여야라는 상황을 제외한 상태에서의 객관적인 원내대표 권력 수준은 우리당 후신인 민주당보다 한국당이 더 강하다는 평가입니다.
민주당은 정책위의장을 당 대표가 지명하는 반면 한국당은 원내대표 후보가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과 함께 선거를 치르기 때문입니다. 한국당은 정책위의장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원내대표에게 있는 셈입니다.
또 상원의장을 겸직하는 부통령에 이어 하원의장은 대통령 유고시 권력승계서열 2위입니다. 그만큼 우리의 원내대표보다도 훨씬 강한 권한과 위상이 부여된다는 평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