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IT부품의 역습]③"당장은 속수무책…마스터플랜 필요해"

'제조업 석학' 박희재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인터뷰
"中공격적 가격정책, 거스를 수 없는 흐름"
국내 부품 구매시 세금감면 등 인센티브 거론
정부 서플라이체인 강화 TF 등 장기전략 추진해야
  • 등록 2019-04-19 오전 5:00:02

    수정 2019-04-19 오전 5:00:02

사진=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중국 업체들에게 안방을 내주고 있는 국내 중견·중소 부품업체들은 규모를 키울지, 혁신적인 원가절감 노력을 할 것인지 등을 고민해야 합니다. 하지만 여건이 쉽진 않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우리 부품 서플라이체인(공급망)을 지키기 위한 대승적인 전략을 시급히 구축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박희재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18일 “국내 부품 중기들은 자체적으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는 한편, 정부는 국내 부품업체들의 경쟁력을 키워줄 수 있는 ‘마스터플랜’을 구축해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박 교수는 서울대 실험실 1호 벤처기업인 에스엔유프리시젼 창업자인 동시에 국내 1호 ‘교수 기업가’다. 교직 활동 외에 산업통상자원부 R&D전략기획단장(차관급), 청년희망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장을 맡고 있다. 최근엔 포스코(005490)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국내 벤처·R&D·산업 생태계에 일가견이 있는 석학으로 꼽힌다.

박 교수는 최근 중국 부품업체들의 국내 시장 공세와 관련해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 부품업체들의 경우, 삼성이나 LG에 제품을 공급하는 게 레퍼런스(평판)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때문에 이들은 국내 대기업에 공급할 때 과감한 가격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최근엔 중국 업체들이 국내 우수한 기술자들을 빼가면서 기술력까지 올리고 있어 국내 부품업체들과의 기술적 격차도 점점 줄어드는 것도 악재”라며 “국내 대기업 입장에선 가격도 훨씬 저렴하고 기술 격차도 없는 만큼 수익성 측면에서 중국 업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장에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박 교수의 판단이다. 박 교수는 “국내 부품업체들의 기술·가격경쟁력 향상을 위해선 △규모의 경제 실현 △혁신 원가절감 노력 △대기업과의 공동개발 등이 있는데 현재 현실적인 여건이 되지 않아 버거운 게 사실”이라며 “원가를 낮추기 위해 베트남 등 동남아로 공장을 옮기는 방안이 그나마 가능성이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이 같은 상황은 지속적으로 국내 서플라이체인을 괴롭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교수는 대기업이 국내 부품을 구매할 때 세금혜택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기업이 아닌, 국내 제품을 구매할 때 해당 업체에게 부가가치세 등 일부 세금을 감면하는 등 국내 서플라이체인 보호를 위해 정부도 정책적 지원을 했으면 좋겠다”며 “더불어 관련 인력을 양성하고 대기업과 연계해 제품 개발하는 부분을 한층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박 교수는 정부가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자세로 20~3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뾰족한 수가 없는 만큼 ‘기본’부터 차근차근 다져나가는 정공법이야 말로 국내 부품산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서플라이체인을 혁신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 조직을 정부 내에 설치해 20~30년간 정권 관계없이 상시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경제부총리나 관계 부처 장관급을 조직의 장으로 하는 TF를 만들어 국내 부품경쟁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 종합적인 솔루션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정부가 ‘제조단계’ 혁신을 꾀하는 스마트공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지금은 ‘어떻게 팔아야 하는가’라는 문제도 중요하다”며 “메이저 가전기업의 몰락에도 부품산업에서는 여전히 글로벌 경쟁력을 이어가는 일본 사례를 보고 우리 정부도 마스터플랜을 짜야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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