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세계로 떠나는 이에게…신라인들은 토기를 건넸다

특별전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상형토기·토우장식 토기 332점 소개
"죽음에 대한 고대인들의 생각 보여줘"
10월 9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
  • 등록 2023-06-01 오전 5:30:00

    수정 2023-06-01 오전 5:30:00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는 오래전부터 영혼을 하늘로 안내한다고 여겨졌다. 장례에 새의 깃털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전해질 정도다. 고대 사람들은 가까운 이의 죽음을 애도하며 죽음 이후에도 계속될 삶을 위해 무덤 속에 상형토기와 토우장식을 넣었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 사후에도 현세의 삶이 이어진다는 ‘계세사상’(繼世思想)을 믿었던 것이다.

사후의 삶을 위해 무덤 속에 넣었던 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를 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오는 10월 9일까지 특별전시실에서 선보이는 특별전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이다. 국보와 보물 15점을 포함해 인물, 동물, 사물을 본떠 만든 332점의 토기를 소개한다. 지금으로부터 1600년 전 사람들이 바라본 삶과 죽음, 그리고 인생의 마지막 통과 의례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한 이별을 고대인들이 어떻게 느끼고 치유했는지를 상형 토기와 토우에서 실마리를 찾아 엮은 전시”라며 “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의 제작 배경과 기능 등 그 속에 담긴 본질적 의미를 조명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특별전 전경(사진=연합뉴스).
망자 인도하는 ‘기마형’ 토기

상형토기는 어떤 형상을 본떠 흙으로 빚은 그릇을 말한다. 신라와 가야의 무덤에서 주로 출토되고 있다. 몸통이 비어있고 술과 같은 액체를 담거나 따를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장송(葬送·죽은 이를 장사 지내어 보냄)의례 때 사용한 제의용 그릇으로 본다.

이번 전시에서는 상형토기의 다채로운 세계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20점이 넘는 새모양 토기는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상형토기 중 시기적으로 가장 이르고 가장 넓은 지역에서 출토되는 것이 바로 새모양 토기다. 대부분 오리의 모습이지만 시기나 지역에 따라 표현 방식이 다양하다. 고대인들은 새 모양 토기를 만들어 망자의 곁에 뒀다. 죽은 이의 영혼이 저 너머 세상까지 무사히 가기를 바라는 선물과 같은 의미였다.

지난해 보물로 지정된 ‘함안 말이산 45호분 출토 상형도기 일괄’도 전시해 놓았다. 5세기 전반에 만들어진 지역 최고 수장층의 무덤에서 나온 유물로 집·배·등잔 모양 등 총 5점의 상형 토기가 세트를 이루고 있다. 경주 탑동 3호 무덤에서 나온 동물 모양 토기는 코는 돼지를, 발가락과 주둥이는 개를 연상케한다. 전시를 기획한 이상미 학예연구사는 “죽음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두려움이나 슬픔을 해학적 표현으로 승화하려는 장치가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경주 금령총에서 출토된 국보 ‘도기 기마인물형 명기’ 한 쌍은 전시 주제를 보여주는 대표 유물이다. 죽은 자의 영혼을 육지와 물길을 통해 저세상으로 인도해주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당시의 인물 묘사와 옷 차림새, 말갖춤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주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장식된 삼각형 형태의 모자와 갑옷을 입고 있고, 왼쪽 허리에는 칼을 찬 늠름한 모습이다. 반면 하인으로 보이는 인물은 오른손에 방울을 흔들며 주인의 영혼을 안내하는 듯하고, 등에는 봇짐을 메고 있다.

토우장식 토기 ‘공동 제의의 순간’(사진=국립중앙박물관).
토우장식 97점 복원…최초 공개

상형토기가 형상을 본떠 만든 토기라면 토우장식 토기는 그러한 장식을 붙인 토기다. 토우는 흙으로 만든 인형을 말한다. 특히 1926년 일제강점기에 수습된 경주 황남동 유적 토우장식 토기 97점을 새롭게 복원해 최초로 공개한다. 지금까지 토우는 대부분 토기와 분리된 모습으로 소개됐다. 하지만 원래는 굽다리 접시 뚜껑이나 긴 목 항아리 목 부분에 붙어 하나의 장식을 이루던 유물이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토우를 토기 뚜껑 위에 하나의 장면으로 복원해 선보인다. 공동 의례를 치르거나 악기를 연주하고 춤추는 모습이다. 구성원을 떠나보낸 상실감을 함께 극복하고 삶을 회복하려는 축제와 같은 의식의 일환이다. 이 학예연구사는 “토우장식의 토기 역시 제의용 그릇으로 쓰였다는 점에서 당대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생각과 태도를 짐작해볼 수 있다”며 “신라 사람들이 어떤 동물들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관찰하면서 그들의 세계관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관람팁을 전했다.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특별전 전경(사진=연합뉴스).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특별전 전경(사진=연합뉴스).
도기 기마인물형 명기 한 쌍. 좌측이 주인상, 우측이 하인상이다(사진=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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