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은 세운상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박원순표 도시재생’의 대표 프로젝트였다. 2014년 다시·세운 프로젝트 밑그림이 나왔을 때도, 2017년 세운·대림 상가를 잇는 1단계 사업을 마칠 때도, 이듬해 3월 ‘2020 다시·세운 프로젝트’ 2단계에 착수할 때도 서울시는 대대적으로 진행상황을 홍보했다.
지난 10일 박 시장이 발표한 민선 7기 청사진인 4개년(2019~22년) 계획에도 세운 도시재생은 빠지지 않았다. 서울시는 이 사업을 장안평 도심형 자동차 산업거점, 용산 와이밸리(Y-Valley)와 함께 3대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꼽으며 세운상가 일대를 창의제조산업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을지면옥’을 비롯한 노포(老鋪) 철거 논란이 불거지자 박 시장의 결정은 바로 뒤집혔다. 그는 16일 “(공구상가와 노포를 보존해야 한다는) 상인들의 주장에 동의한다”며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새로운 대안을 마련겠다”고 밝혔다. 세운재정비촉진계획 자체가 백지화 위기에 놓인 셈이다.
을지면옥이 위치한 세운 3-2구역은 관리처분계획 바로 직전 단계인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사업시행인가 과정에서도 무리가 없었다. 관련 법에 따라 채워야 하는 동의율인 75%도 넘겼다. 3-2·6·7구역은 세운 3구역 내 2단계 철거지역으로 하반기부터 철거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세운재정비촉진계획이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렸다면, 박 시장은 전면 재검토를 지시할 것이 아니라 사과부터 해야 한다. 세운재정비촉진계획을 포함한 시정 책임자는 오롯이 박 시장의 몫이다. 그리고 여론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지는 보존 가치가 아닌 절대적이고 사회적으로도 공감할 수 있는 보존 가치에 대해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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