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도도한 연잎, 숨통 틔운 무당벌레…남상운 '블루문'

2017년 작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그려낸 '푸른 연잎'
흩어진 물방울, 찍듯 얹은 무당벌레까지
가짜자연에 혹하는 인간을 향한 경고로
  • 등록 2019-03-23 오전 12:10:00

    수정 2019-03-23 오전 12:10:00

남상운 ‘블루문’(사진=슈페리어갤러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거대한 연이 떴다. 차갑고 도도한 잎을 펼쳤다. 제자리를 아는지 모르는지 길 잃은 물방울이 그 결을 따라 미끄러지는 중이다. 파열음을 내며 찢기듯 흩어지고 있다.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만든 경이로운 장면. 연잎의 파리한 실핏줄까지 살려 박을 정도로 섬세하고 진지하다.

하지만 이보다 강렬한 건 색이다. ‘푸르다’ ‘파랗다’로 퉁치고 끝낼 색감이 아닌 거다. 바닥을 받친 검푸른 바다색 배경에, 애써 암운을 감추지 않은 시퍼런 잎을 띄우고, 여명에나 볼 법한 진한 하늘색 그림자까지 드리웠으니. 세상의 온갖 푸름을 다 모아 정작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을 신비하고 묘한 ‘블루’를 만들었다고 할까.

작가 남상운이 새기듯 그린 연잎이다. 활짝 펴놓거나 뒤집어놓을 뿐, 실험하듯 집중적으로 그려내는 건 ‘푸른’ 연잎. ‘블루문’(2017)은 작가의 ‘푸른연꽃 하이퍼리얼리즘’ 시리즈 중 한 점이다. 연잎 색 자체보다 살갗에 내려앉은 투명한 그림자를 보고 알아챌 작품명이다.

이 아름다움을 뒤로 하고 ‘가짜 자연에 혹하는 어리석은 인간을 향한 경고’라고, 고혹적인 연잎에 감춘 작가의 메시지가 그렇단다. 하지만 우울한 ‘블루’가 자꾸 중독을 부른다. 사실 작가의 화룡점정은 연잎에 찍듯이 얹어놓은 무당벌레 한 마리. 이 한 점으로 여유가 생긴다. 숨이 트인다.

4월 25일까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슈페리어갤러리서 김선영·신형록과 여는 3인 기획전 ‘오늘부터 갤러리에 자연이 옵니다’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130×130㎝. 작가 소장. 슈페리어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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