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장품 로드샵이 ‘테스트 매장’으로 전락하면서 관련기업들의 주가도 동반 추락하고 있다. 한때 밀려드는 유커(중국인 관광객)로 인해 호황을 누렸지만 이후 우후죽순 격으로 로드샵 브랜드가 생겨나며 경쟁이 심화했고, 사드 사태 이후 중국인 발길이 끊긴데다 국내 수요도 뚝 떨어지면서 모멘텀을 상실했다는 평가다.
올리브영 등 드럭스토어가 확산되면서 로드샵 매장의 침체는 더욱 깊어져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해당 기업들은 홈쇼핑 진출, 멀티샵 전환, 수출 확대 등으로 활로를 모색 중이다.
26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화장품 로드샵 브랜드 ‘미샤’를 운영하고 있는 에이블씨엔씨(078520) 주가는 지난 한 주 동안 9.5% 하락하며 3주째 약세를 지속, 연중 최저가로 떨어졌다. 토니모리(214420)는 한주 간 무려 19.8% 급락하며 연중 신저가를 경신했다. ‘잇츠스킨’을 운영하는 잇츠한불(226320)과 ‘더샘’의 한국화장품(123690)도 나란히 올 들어 최저 주가로 추락했다.
에이블씨엔씨의 1분기 영업손실은 2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적자폭이 두 배 이상 확대됐고, 한국화장품의 1분기 영업이익은 4억원에 그치면서 지난해보다 35.3% 감소했다. 토니모리 역시 1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보다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해외 실적은 양호했지만 국내 이익에 큰 기여를 하던 로드샵 매출이 급감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화장품 로드샵 업체들의 이같은 실적 부진에 대해 업계는 단순히 사드 여파를 넘어 시장이 격변하는 과도기에 놓였다고 평가한다. 갈수록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 소비를 위한 테스트 매장으로 변하고 있는데다 드럭스토어를 통한 화장품 구매가 크게 늘면서 전국에 깔린 로드샵이 비용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로드샵 시장 규모는 지난 2016년 2조 811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다음해에는 28% 감소했고, 2018년에는 1조 7000억원까지 위축됐다. 반면 국내 드럭스토어 시장규모는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일시적 부진이 아닌 장기 침체 국면에 놓이자 업체들은 다각도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우선 홈쇼핑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달 프리미엄 브랜드 ‘TR(Time Revolution)’을 론칭하고 롯데홈쇼핑에서 처음 제품을 선보였다. 토니모리도 최근 신규 메이크업 브랜드를 론칭하고 홈앤쇼핑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잇츠스킨도 새로운 브랜드 론칭과 함께 올초 홈쇼핑에 진출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갈등이 커지면서 한중 간 관계 개선도 늦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여전히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조경진 키움증권 연구원은 “내수 경기 침체,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드럭스토어로의 구매채널 이동 등으로 인해 로드샵 채널이 부진을 겪고 있다”며 “투입되는 광고선전비 대비 매출 향상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도 최근 화장품 업체들이 당면한 문제”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