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29일자 12면에 게재됐습니다. |
지경부는 매월 1일 수출입동향을 발표한다. 이 속보치는 관세청의 통관 실적을 바탕으로 하며 보름 뒤 관세청은 오류를 바로잡아 확정치를 발표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해 12월 수출 수치 간 오차가 20억 달러 가량 났다. 관세청의 잘못도 지경부의 잘못도 아니었다. 한 철강업체가 관세청에 수출액을 신고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실수였기 때문이다. 업체가 원과 달러를 혼동해 10억 원을 10억 달러로 잘못 기재했다는 것이다.
29일 지식경제부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이 같은 일은 극히 드물지만 사실 수출입통계 속보치와 확정치 수치 간 오차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지경부 수출입과 관계자는 "사전 신고제에 사후 검사로 실제 신고와 금액이 다를 수 있어 발표 잠정치와 확정치 간 차이는 항상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관세청은 지경부에 자료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식의 불쾌감을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표날짜를 뒤로 좀 늦추자는 제안도 있었다. 오류를 시정할 시간을 좀 벌자는 취지에서다. 지경부 관계자는 "언론에서 오류를 계속 지적하니 수치를 갖고 있는 기관으로서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며 "검증할 수 있는 시간을 좀더 가졌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하루, 이틀이라도 발표시점을 미루자는 요청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경부는 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30년 넘게 고정적으로 발표해오던 관행이 있는데다 매달 1일 발표되면서 시장참가자나 전문가들에게 수출입통계가 선행지표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수출입통계는 국내에서 뿐 아니라 해외에서 세계 경기를 진단하고 전망할 때 주요 지표로 쓰인다. 지경부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세계 경제선행지표(GLI) 10 가지에 한국 수출이 들어가 있을 정도다. 비교적 빨리 발표되며 대외 경기를 민감하게 반영한다는 점 때문이다.
여전히 관세청은 예민한 분위기다. 관세청 관계자는 "이미 해명자료가 나간 상황이고 현재로선 더이상 기사가 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검사 환경을 개선했다 하더라도 좋은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