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총의 소확행] "롤모델은 YG"…젊은 미술가 키우는 에이컴퍼니

미대 졸업 청년들 경제적 어려움 없이 활동하도록
작품·상품뿐 아니라 미술가의 재능까지 함께 판매
"사회적경제는 누구도 손해보지 않고 함께 잘되는 것"
  • 등록 2018-08-31 오전 5:00:00

    수정 2018-08-31 오전 7:58:18

[이데일리 김은총 기자] 미술이 좋았다.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유명 증권사에 취업했지만, 마음 한구석에 늘 미술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증권방송을 진행하다가 우연히 미술시장과 미술재테크를 알게 됐다. 충격이었다. ‘사람이 손으로 그렸다는 건 똑같은데 왜 어떤 그림은 수억 원이고 어떤 그림은 몇십만 원일까?’

그 이유를 찾아 나섰다. 사직서를 내고 여기저기 떠돌다가 회사까지 설립했다. 젊은 미술가와 소시민을 연결해 좋은 작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사고팔도록 돕는 회사였다. 미술 분야에서는 흔치 않은 사회적기업 ‘에이컴퍼니’와 정지연 대표의 이야기다.

미나리하우스에서 만난 에이컴퍼니 정지연 대표
미술계의 엔터테인먼트 꿈꾸는 ‘에이컴퍼니’

“에이컴퍼니가 사회적기업인 이유는 단순히 젊은 미술가들의 작품을 팔아줘서가 아니에요. 우리는 그들이 작품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함께 미래를 고민하고 다양한 수입원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9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의 ‘미나리하우스’에서 만난 정지연 에이컴퍼니 대표는 젊은 미술가들에 대한 뚜렷한 미션을 갖고 있었다. 그는 회사가 하는 일을 일종의 ‘매니지먼트’라고 소개했다. 전통적인 갤러리가 작품을 전시하고 파는 데 집중한다면 에이컴퍼니는 ‘미술 기획사’인 셈이다.

롤모델은 ‘YG엔터테인먼트’다. YG가 소속 연예인의 음악 활동을 지원하는 한편 다양한 사업을 함께 전개하는 것처럼 에이컴퍼니도 미술가들이 작품 활동 외에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는 것을 돕고 있다. 작품으로 먹고살 수 있는 미술가가 많지 않은 만큼 각자의 재능을 십분 발휘해 작품 외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정 대표의 지론이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국내 최초의 예술가 전용 일자리 사업 ‘우리가게 전담예술가’다. 서울시와 함께 하는 ‘우리가게 전담예술가’는 젊은 예술가와 소상공인을 연결해 명함부터 간판, 인테리어까지 가게 맞춤형 디자인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최근에는 강원도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 대표는 서울 외 다른 지역의 예술가들도 일자리 사업의 혜택을 받기를 바라고 있다.

“국내 미술시장은 10년째 성장이 멈췄어요. 미술시장을 계속 성장 중인 도시재생이나 인테리어 등의 시장과 연결시켜 예술가들을 진출시킬 수 있다면 그들이 좀 더 경제적인 여유를 갖고 작품 활동에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게 전담예술가’ 사업 사진 (사진=에이컴퍼니 제공)
“물 정화하는 미나리처럼 예술이 우리 사회 정화하길”

에이컴퍼니는 젊은 미술가의 작품과 아트상품 그리고 재능을 판매하고 있다. 예컨대 화가가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리면 ‘작품’, 화가의 저작권을 이용해 물건을 만들면 ‘아트상품’이다. 그리고 ‘재능’은 화가가 캔버스가 아닌 다른 곳(가게·담벼락 등)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우리가게 전담예술가’가 젊은 미술가의 재능을 파는 일이었다면 복합예술공간 ‘미나리하우스’ 운영과 신진 작가 전시회 ‘브리즈아트페어’ 개최는 미술가의 작품과 아트상품을 파는 일이다. 지자체나 클라이언트의 간섭 없이 에이컴퍼니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이기도 하다.

‘미나리하우스’라는 이름에는 물을 정화하는 능력이 탁월한 미나리처럼 예술이 우리 사회를 정화해주기를 바라는 정 대표의 마음이 담겨있다. 오는 10월 리모델링을 마치고 오픈하는 미나리하우스에서는 젊은 미술가들의 작품과 아트상품이 함께 전시·판매될 예정이다.

전국 공개모집을 통해 발굴한 젊은 미술가들의 좋은 작품을 전시하고 일반인 콜렉터와 연결해주는 ‘브리즈아트페어’도 매년 한 차례씩 꼬박꼬박 열린다. 단순히 작품을 사고파는 전시회가 아니라 젊은 미술가와 대중이 만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사회적기업으로서의 ‘에이컴퍼니’

“사회적경제는 ‘함께 잘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조금씩 이득을 가져가면 누구도 손해 보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남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았지만 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를 악물고 살아왔다는 정 대표는 이제 전혀 다른 꿈을 꾸고 있다. 미술 작품에 대한 애정도 자연스럽게 미술가에 대한 애정으로 옮겨졌다. 아무리 훌륭한 작품도 결국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었다.

에이컴퍼니와 함께 한 젊은 미술가들도 달라지고 있었다. 미대 졸업 후 사회경험 없이 고립된 작업실에서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던 이들이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며 생긴 변화였다. 에이컴퍼니를 통해 다른 사회적기업과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사회 문제나 미술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재능기부나 봉사활동이 있을 때마다 꼭 불러 달라는 미술가들도 있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이것 또한 에이컴퍼니의 좋은 영향력이 아닐까요?”

정 대표의 소박한 바람은 에이컴퍼니를 오래 운영하는 것이다. 함께 한 젊은 미술가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다. 미나리하우스 한쪽에는 이름이 적힌 두꺼운 서류철이 빼곡히 꽂혀있다. 미술가에 대한 소개와 활동, 작품 사진과 가격 등이 담긴 포트폴리오다. 100년 후의 사람들에게 여전히 이들의 이름과 작품을 소개하는 것이 에이컴퍼니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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