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도양 ‘비움 Ⅵ’(사진=금산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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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한눈에 보이지 않는다. 서서히 윤곽을 드러낸다. 서까래가 걸리고 기둥이 섰다. 그 틈과 틈을 빙 둘러 결국 시선은 중앙으로 모이는데. 대칭을 이룬 위·아래 면과 면을 집중시킨 그 가운데에 들인 건 불상.
마치 바닥에서 올려다본 천장그림 같은 이 작품은 작가 주도양(43·동국대 교수)의 ‘특별한’ 사진작업이다. 예산 수덕사 대웅전,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등 국보·보물급 사찰 법당 내부를 직접 제작한 카메라로 촬영했단다. ‘비움 Ⅵ’(2019)이란 동명 연작이 말해주듯 작품은 불가에서 말하는 공(空)을 시각화한 것. 70여장의 사진을 이어붙인, 꽉 채워 완성한 ‘빈 공간’인 거다.
그 역설이 가능한 건 “공은 비었다는 뜻이지만 무(無)와는 다르다”는 작가의 생각 덕이다. 없다는 뜻이 아니라 변화하는 대상만이 존재하는 공간이라니. 천 년의 아름다움을 품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이 그 안에서 다시 태어났다.
3월 9일까지 서울 중구 소공로 금산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공(空)-비움’에서 볼 수 있다. C-프린트. 100×200㎝. 작가 소장. 금산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