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 떨어진 기온에 혈압 쑥…심부전·뇌졸중 부르는 '소리 없는 암살자'

추워진 날씨에 들쭉날쭉하는 혈압... 20mmHg 오른 혈압,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 2배 높여
고혈압엔 짜고 기름진 음식 피하고 과일 채소 많이 먹어야
  • 등록 2018-11-13 오전 1:29:58

    수정 2018-11-13 오전 8:10:24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5년 전 갑작스러운 심부전으로 인해 수차례 입원치료를 반복했던 박현수(가명·54)씨는 심장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꾸준히 약물 치료를 받으면서 지난 5년간 호흡곤란이나 별다른 증상 없이 잘 지내왔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제법 쌀쌀해진 날씨 때문인지, 밖에서 조금만 움직여도 부쩍 숨이 차고 힘들다는 느낌이 들곤했다.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은 결과 평소 125mmHg 내외에서 조절되던 혈압이 148mmHg까지 상승했고, 동시에 심부전 증상도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난히도 더웠던 올해 여름, 평소보다 혈압이 낮아져 고혈압 약을 감량했던 환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가을로 접어들어 뚝 떨어진 기온 탓인지 박씨와 같이 급격히 높아진 혈압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강시혁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심장혈관센터) 교수는 “혈압 변화를 제때 관리하지 못하면 그로 인해 심혈관계 질환이 악화될 수 있는 만큼, 고혈압 환자들은 항상 혈압 변화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기온 변화가 큰 요즘과 같은 환절기에는 혈압 상승폭이 더욱 커지기 때문에 혈압을 자주 측정하고 전문의와 적합한 치료방법을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추워진 날씨에 들쭉날쭉 하는 혈압 수치

서울대의대(예방의학교실 홍윤철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평균기온이 10도 떨어지는 경우, 수축기혈압은 평균적으로 1.8mmHg, 이완기혈압은 1.2mmHg 상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봄, 여름을 지나 가을, 겨울철 기온이 떨어지면 몸이 움츠러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혈관도 수축하게 된다. 피부로 가는 혈류를 감소시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또 날씨가 추워지고 겨울이 되면 우리 몸속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농도는 높이고 에너지와 체액 배출은 최소화하기 위한 기전이 작동한다. 이 때문에 겨울에는 여름보다 몸속의 체액량(혈류량)이 증가하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혈류량의 증가와 혈관의 수축으로 인해 혈압이 상승하게 된다.

날씨가 추워지면 혈압 수치의 상승뿐만 아니라 혈압이 들쭉날쭉해지는 것도 특징적인 변화다. 강시혁 교수는 “사람의 혈압은 하루 중에도 아침엔 낮고 오후엔 높은 변동성을 보이기도 하고, 일간 변동성도 있어 혈압이 비교적 양호하다가도 유난히 높은 날이 있기도 하다”며 “가을철과 겨울철에는 이와 같은 변동성이 더욱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 혈압오르면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 2배 높여

혈압 상승은 심혈관계 질환을 포함한 여러 가지 질환을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급격히 혈압이 상승한 경우에는 운동 시 호흡곤란이나 두통 등의 증상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혈압은 증상을 동반하지 않는다. 혈압이 120mmHg에서 140mmHg으로 오른다고 해서 자각증상을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수축기 혈압이 20mmHg만큼 오르게 되면 심근경색, 심부전, 뇌졸중, 돌연사 등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 위험은 2배 높아진다. 이 때문에 고혈압을 일컬어 ‘소리 없는 살인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때문에 평소 혈압이 높아 주의가 필요한 사람, 고혈압 약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의 경우라면 집에서도 자주 혈압을 측정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직장이나 관공서, 헬스클럽 등에도 혈압계가 많이 비치돼 있는 만큼, 수시로 혈압을 측정해 보고 본인의 혈압이 어떻게 변동되는지 파악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평상시 혈압을 측정해 관리하던 중 혈압 수치에 변화가 생긴 경우에는 가까운 병의원을 찾아 상담을 받도록 해야 한다.

◇ 고혈압엔 짜고 기름진 음식 ‘X’, 과일과 채소 ‘O’

고혈압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짜고 기름진 음식을 줄여야 한다. 음식을 싱겁게 먹고 나트륨 대신 칼륨이 보충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혈압 조절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식단에는 소금이 꽤 많이 사용돼, 한국인의 소금 섭취량은 아직도 WHO(세계보건기구)에서 권장하는 수준의 2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또한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과일과 채소 등 다양한 영양소가 골고루 포함된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흡연자는 담배를 끊고 과음을 삼가야 하며, 평소 적절한 신체 활동량을 유지하는 것이 혈압뿐만 아니라 전신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강 교수는 “요즘과 같이 선선해진 날씨에는 활발한 신체활동이 고혈압을 포함한 혈관 건강에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심장에 좋은 운동은 ‘땀나는 운동’인데, 걷기, 조깅, 자전거 타기, 등산,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이 혈압 강하에 도움이 된다”며 “운동은 30분 이상, 주 5회 이상 하는 것이 좋고, 유산소 운동에 근력운동을 곁들이면 훨씬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혈압은 고정된 수치가 아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의 체중도 관리하기에 따라 들쭉날쭉하듯, 혈압은 그보다도 더 많이 변한다고 한다. 술에 곁들여 맵고 짠 안주를 먹은 다음 날은 전보다 혈압이 크게 오르고, 운동을 열심히 한 날에는 혈압이 뚝 떨어지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강 교수는 “기온변화가 큰 요즘에는 혈압 변화가 더 클 수밖에 없는데, 고혈압은 심혈관계 질환, 신부전, 골절, 치매 등을 유발하는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로 평생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혹시 여름에 혈압약을 감량했던 고혈압 환자들은 기온이 낮아지면서 혈압이 다시 오르지 않았는지 수시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이조의 만남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