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노조 간 '이권 다툼' 피해는 주민이 감수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 공사현장
민주노총과 한국노총간 '노노 충돌'
인근 주민들 피해 가중, 건설사는 속앓이
  • 등록 2019-05-15 오전 4:00:00

    수정 2019-05-15 오전 4:00:00

서울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 아파트 건설 현장과 마주한 개포7차우성아파트 담벼락에 ‘3년 동안 참았다. 못살겠다!! ㅅ벽부터 들리는 확성기 집회 소음’이란 내용의 플랜카드가 걸려있다(사진=김용운 기자)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서울 강남구 일원동 재건축 아파트 ‘디에이치자이개포’ 공사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건설노조 및 전국철거민연합회의 계속되는 집회로 주민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새벽부터 틀어놓는 스피커 소리에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산하 지부가 자신들의 노조원을 채용하라고 요구하며 물리적 충돌을 빚고 있어 공사 지연을 우려하는 입주예정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인근 장애인복지관 이용 주민 이동에 불편

14일 현장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달 23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산하 일용직 근로자들로 구성된 건설노조 지부가 각각 노조원 1000여명을 이끌고 일자리를 요구하며 집회를 시작한 이후 일주일에 2~3회씩 새벽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첫날엔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작업장에 들어서는 한국노총 소속 건설 근로자들과 노조에 속하지 않은 근로자들을 막아서는 과정에서 고성과 몸싸움이 오갔다. 이날 경찰은 9개 중대 500여 명을 배치해 양대 노총이 충돌하는 것을 막았지만 인근 장애인복지관 등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이동에 불편을 겪어야 했다.

양대 노총의 충돌은 이달 들어서도 계속됐다. 지난 9일 양대 노총 소속 조합원이 공사장 내 안전교육장 앞에서 소화기 등을 던지며 몸싸움을 벌여 부상자가 나왔다. 다음 날 오전에도 민주노총 조합원 500여 명이 공사장에 집결해 출입구를 봉쇄하고 한국노총 소속 근로자들이 현장에 들어가는 것을 막았고 여지없이 고성과 몸싸움이 빚어졌다. 급기야 민주노총은 14일 일자리 요구 등을 위해 현대건설 본사 앞 1500여명 규모의 집회를 신고했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취소하는 등 소동을 빚었다.

‘디에이치자이개포’는 공무원 아파트였던 개포주공8단지를 현대건설과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공무원연금관리공단으로부터 매입해 재건축하는 사업장이다. 재건축 사업이 마무리되면 15개동에 1996가구의 대단지로 재탄생한다. 2021년 7월 입주예정으로 현재 터파기 공사가 진행중이다. 아파트 건설 과정에서 터파기는 골조나 콘크리트 가설 공사 때보다는 인력이 적게 투입된다. 노조 입장에선 터파기 상황에서 조합 소속 근로자가 현장을 장악해야 향후 공정에서 인력 추가 투입시 자기 조합원 일자리 확보가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건설사 “공정률 떨어질라” 노심초사

이 탓에 다른 조합 소속 근로자나 비노조 근로자가 현장에서 일하는 것을 서로 방해하며 실력 행사에만 몰두하다보니 그 피해는 고스란히 건설사와 인근 주민들이 감수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디에이치자이개포 공사현장 주변에는 하상장애인복지관과 일원초등학교가 바로 인접해 있다. 개포우성7차아파트 입주민들은 현장 집회의 소음과 폭력사태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개포우성7차아파트에 거주 중인 김모(55)씨는 “최근 공사장 근로자들끼리 서로 집회하느라 소음이 더 심해지고 불편이 가중됐다”며 “볼썽사나운 모습을 어린 학생들이 보고 배울까봐 걱정이다”고 말했다.

디에이치자이개포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노노 충돌로 인한 공정 지연 등의 피해는 고스란히 건설사가 뒤집어 쓰고 있다”며 “공사가 늦어질까 걱정하는 입주예정자들의 문의도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현장에서 양대 노조의 물리적 충돌 등으로 공사를 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지만 서로 노조원을 채용하라는 압박이 더 무섭다”며 “공기업 취업청탁 비리와 다를 게 없는 요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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