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안중근’을 정치에 이용하지 마라”

  • 등록 2019-04-15 오전 2:00:00

    수정 2019-04-15 오전 2:00:00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아둔한 후손들 하는 꼴을 보니 땅에서 나오기 싫으셨을게다.”

수십년째 제자리걸음인 안중근 의사 유해 찾기를 지켜본 한 역사학자의 한탄이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안중근 유해를 찾겠다는 말을 하고 있으나 정작 시늉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중근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느낌”이라고도 했다.

안중근 의사는 하얼빈 역에서 일제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후 자신을 독립한 고국에 묻어달라고 했으나 109년이 지나도록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공동으로 유해를 찾겠다고 했으나 이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국가보훈처도 적당한 방안을 찾기 못해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이러는 사이 중국에 있는 예상 매장지는 계속 개발이 되고 있다. 2006년 남북이 공동발굴단을 구성해 중국의 협조를 얻어 뤼순 감옥 일대를 뒤졌으나 유력 추정지에 대형 아파트 공사가 진행돼 실패했다.

최봉룡 중국 대련대 교수는 한국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중근 의사 유해 찾기는 남북중일이 힘을 합쳐야 가능한데 그중에서도 한국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먼저 발굴을 시도했던 북한과 매장지가 있는 중국, 당시 자료를 보관하고 있을 일본을 설득할 국가는 한국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명분이 아닌 실리로서 ‘유해 찾기’라는 목적에 도달하려 노력해야한다고도 했다. “‘우리가 찾아온다’는 명분에 사로잡혀 일을 그르쳐서는 안된다”며 “듣기 좋은 말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중요한건 실천과 성과”라고 강조했다.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은 민족의 숙원이나 우리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북한을 끌어들이고 중국을 설득하며 일본의 도움을 이끌어내는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외교적인 센스가 필요하다는 학계의 의견이다. 2020년은 안중근 의사 순국 110주년이다. 내년에는 돌아오지 못한 영웅의 유해를 독립된 고국으로 모셔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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