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투 시동…車·조선업 노조 리스크에 '흔들'

모처럼 훈풍에…실적회복 무산 우려 커
르노삼성 노조, 잠정합의안 부결
한국GM, 신설법인 단체협약 승계 갈등
현대重·대우조선, 인수합병 반대 투쟁
  • 등록 2019-05-23 오전 6:00:00

    수정 2019-05-23 오전 6:00:00

[이데일리 피용익 김미경 이소현 기자] 주요 기업들의 노동조합이 하투(夏鬪·노동계의 여름철 투쟁)에 시동을 걸고 있다.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무리한 요구안을 내놓으며 사측을 압박하고 나선다. 바닥에 떨어진 실적 회복을 위해 갈 길이 먼 업계에서는 노조의 강경 투쟁으로 인해 경영 정상화가 지연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업계와 조선업계에는 이미 하투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임금 인상을 둘러싸고, 조선사들은 구조조정 문제를 놓고 노사가 대립하고 있다.

◇ 르노삼성이 불지핀 자동차 업계 하투

미국이 지난 17일(현지시간) 수입 자동차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결정을 6개월 연기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는 일단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주요 업체들은 임단협을 앞두고 노사 갈등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판매 회복에 주력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의 하투 분위기는 르노삼성자동차가 불을 지폈다. 르노삼성은 아직까지 지난해 임단협도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다. 르노삼성 노조는 11개월 만에 마련한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전날 부결시키며 노사 갈등 장기화를 예고했다.

노조는 이날 긴급 대의원대회를 열고 “임단협 부결에 담긴 뜻은 어떤 방식으로든 노조가 발전하는 방향으로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명령으로 알고 조직을 재정비해서 승리하는 투쟁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오는 27일부터 천막농성을 시작하고, 이후 전면파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노조는 “첫 전면파업이 됐든, 고공농성이 됐든 우리가 가보지 못한 길을 함께 걸어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르노삼성 노사 갈등은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내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4% 감소한 2만2800여대로, 국내 5개 완성차 업체 중 꼴찌다.

특히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닛산 ‘로그’의 후속 물량 배정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부산공장 생산물량은 10만대 아래로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의 분위기도 좋지 않다. 다음달께 임단협 교섭을 시작하는 현대자동차 노조는 호봉승급분을 제외한 기본급을 12만3526원 인상하고 당기순이익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이밖에 △상여금 통상임금 적용 △정년 64세로 연장 △정규직 1만명 충원 등을 핵심 요구안에 포함했다.

한국GM은 신설법인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의 기존 단체협약 승계 문제를 놓고 노사 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노조는 임단협 요구안에 △기본급 12만3526원(기본급의 5.65%, 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및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지급 △향후 10년간 정리해고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고용안정협정서 체결 △만 65세가 되는 해의 연말까지로 정년 연장 등을 담았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자동차 생산량이 2016년 5위에서 지난해 7위로 떨어졌고, 올해 1분기에는 6위인 멕시코와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며 “노사 갈등이 계속되는 한 5위는 커녕 6위 탈환도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 조선업계 임단협도 가시밭길 예고

조선업계 올해 임단협도 가시밭길이 예고된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당장에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에 따른 물적분할 이슈로 임금협상은 아예 교착 상태에 빠졌다.

양 노조 모두 이달초 상견례를 시작으로 단체 교섭에 돌입했지만, 오는 31일 예정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첫 관문인 물적분할 확정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매각 저지 강경 투쟁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 14일 올해 첫 단체 교섭에 들어간 대우조선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 첫번째 요구안으로 ‘매각 철회’를 내걸 정도로 양사의 인수합병을 반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도 지난 2일 사측과 임금협상 상견례를 가진 뒤 16일 출정식을 갖고 바로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사측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노동조건 악화, 노동운동 위축, 현대중공업의 부채부담에 의한 인력 구조조정 등을 우려하면서 물적분할에 반대하고 있다. 물적분할을 폐기하기 전까지 사업부 차원의 노사단합대회를 거부하고, 회사가 진행하는 대우조선 인수 관련 설명회에도 불참하겠다고 방침을 세웠다.

두 노조는 물적분할(법인분할) 중단, 인수합병 철회를 요구하며 22일 서울에서 상경 집회를 열었다. 이날 오후 2시45분부터 대우조선해양 서울사무소 앞 집회를 시작으로, 현대중공업 계동 사옥으로 행진을 하며 강경 투쟁을 벌였다. 특히 이번 인수를 놓고 노조의 반발이 거센 만큼 업계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연내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조선사 한 관계자는 “올해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따른 물적 분할 등 변수가 많아 노사 간 갈등이 치달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교섭이 장기화될 조짐”이라고 말했다.

22일 오후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서울사무소 앞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물적분할-대우조선 매각저지! 조선 구조조정 분쇄! 금속노조 결의대회’에서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와 현대중공업지부 노조원들이 대책없는 조선업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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