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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임 전 차장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재판장 윤종섭)는 공소장 열람 등을 마친 후 조만간 공판 절차 준비를 위한 공판준비기일을 지정할 예정이다.
다음 달 초나 중순께 처음 열릴 것으로 보이는 공판준비기일에선 재판부와 검찰, 변호인이 향후 공판에서의 심리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이 같은 심리 방향 결정의 전제 조건은 검찰의 증거기록 교부다. 변호인은 검찰로부터 증거기록을 열람·복사해 이를 기초로 방어전략을 짜게 된다. 검찰 증거기록에는 물증 외에도 참고인들의 검찰 진술조서 등이 포함된다.
사법농단 증언 판사 80명 증언대 서나
방어전략의 기본은 불리한 내용의 진술조서의 경우 증거 사용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이 경우 해당 진술조서는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 검찰은 해당 조서의 진술자인 참고인을 증인으로 신청해야 한다. 임 전 차장이 증거 사용에 동의하지 않은 진술조서 수 만큼의 판사들이 법정에 서게 되는 것이다.
앞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달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기관증인으로 출석해 “80명가량의 판사를 조사했다”고 밝혔다. 임 전 차장이 사법농단 의혹 대부분에 이름을 걸친 점을 고려하면 임 전 차장 선택에 따라 이들 판사들 중 다수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게 될 수 있다.
임 전 차장은 검찰 조사에서 법원행정처에서 작성된 사법농단 문건들에 대해 “심의관들이 알아서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전 차장의 지시로 작성했다“는 판사들의 진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아울러 구속영장청구서 내용 유출 혐의 등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임종헌, 법정서 후배 판사들과 진실공방 벌일 듯
법조계에선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는 임 전 차장이 다수 판사들을 증인석에 세울 것으로 보고 있다. 재경지법 한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은 이번 사태가 자신의 책임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임 전 차장이 그동안의 주장을 바꾸지 않을 경우 다수 판사들이 법정에 나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처 심의관으로 근무하며 사법농단 문건을 작성한 판사들부터 직간접적으로 사법농단과 연루된 고위 법관 다수가 여기 해당된다. 이 경우 피고인석에 앉은 임 전 차장과 증인석에 앉은 판사들 간 진실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더욱이 검찰이 사법농단 관련해 임 전 차장의 윗선으로 보고 있는 법원행정처장 출신 전직 대법관들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역시 법정에 증인으로 불려 나올 수 있다. 검찰은 임 전 차장 구속 후 전직 대법관들을 잇따라 소환하며 윗선으로 수사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이들의 진술이 임 전 차장의 주장과 배치될 경우 추후 사법농단 재판에서 양승태 대법원의 최고위층 간의 진실공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