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의 분주함이 없었다면 ‘칠십 년 방치’를 ‘칠십 년 역설’로 다시 꺼내 마음에 담았겠나. 판문점과 평양에서 남북정상이 만나고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이 만나고. 어제의 흔적을 내일의 희망으로 한껏 부풀린 오늘이 아닌가.
여기 그 기운을 꽉 쥐어낸 시인이 있다. 초인 홍찬선(56). 그가 ‘틈’(2016), ‘결’(2017), ‘길-대한제국진혼곡’(2018)을 잇는 네 번째 시집을 냈다. 이번엔 ‘삶’이다. 그런데 따라붙는 게 있다. ‘DMZ 해원가’다. 굳이 풀어내자면 비무장지대의 한을 풀어보자는 거고, 그게 삶이란 의미로 읽힌다.
‘내 손으론 할 수 없는 일’로 한 건 더 기록할 그 역사의 현장을 시인은 기운차게 보듬어 안는다. 하지만 희망은 희망일 뿐. 시집엔 아픔과 염원, 기대와 질책 등이 미묘하게 교차하는 감정의 응어리가 뭉텅이로 녹아 있다. 때론 절절하게(“그 물/ 압록강에/ 손 담그고/ 얼굴 씻고” ‘압록강’ 중), 때론 단호하게(“DMZ, 비무장지대/ 더 이상 갖고 사는 건/ 무책임, 사치, 직무유기” ‘삶, 온다 그날’ 중), 때론 절박하게(“만나긴 어려워도/ 헤어지는 건 순식간/ 그마저도 시간과의 싸움이다” ‘살아 있어 고맙다’ 중) 말이다.
대단할 건 없다고 했다. “없어야 할 것을 없도록 하고 있어야 할 것을 있도록 하는 것”뿐이라고. 강직한 시어로 낭만적인 평화와 통일이 아닌 엄중한 분단과 안보를 더 깊이 살핀 이유일 거다. 그런데 그게 어디 간단한 일인가 말이다. 그러니 사람을 붙들 수밖에. “벽은/ 사람이 쌓은 벽은/ 무너진다/ 사람에 의해”(‘베를린장벽’ 중), 그러다가 가끔 꿈도 꾸고. “그대여 오라/ 어둠에 싸인 한반도 금수강산/ 환히 비추는 빛 동해 뚫고”(‘꿈덩이’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