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 청년기업가에 '규제 샌드박스란'…

  • 등록 2019-01-22 오전 5:00:00

    수정 2019-01-22 오전 5:00:00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어렸을 때부터 사장하고 싶었어요. 집 안 분위기도 그랬지만 좋았죠.” 베트남에서 아파트나 오피스텔 같은 임대 매물을 앱으로 중개하는 서비스를 시작해 부동산 중개 앱에서 1위를 차지한 패션푸르트 안우찬 대표는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미얀마 같은 신흥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며 사장 예찬론을 폈다. 사장(社長)은 회사 업무를 집행하는 최고책임자다. 부의 상징처럼 보이지만 자영업을 하는 사장들의 몰락을 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안 대표는 LG전자, 넷마블게임즈 등에서 10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다 회사를 창업했다. 대기업과 잘나가는 IT 회사를 마다하고 새로운 가치와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패션푸르트에는 17명의 직원이 있다) 사장이라기보다는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식 표현으로 기업가(起業家)에 가깝다.

안 전 대표는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면서 혁신적인 사고와 행동으로 시장에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기업가는 ‘바랄 기(企)’ 대신 ‘일으킬 기(起)’ 자(字)를 써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안우찬 대표처럼 기업가가 되길 바라는 청년들이 많지는 않다.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반(反)기업 정서는 물론 지나치게 촘촘한 규제가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은 의욕을 빼앗는다.

사회적 약자이자 운송분야 기득권 세력인 택시 기사들의 IT 세상에 대한 분노로 가로막힌 카풀(출·퇴근 차량공유)뿐 아니다. 모든 걸 국가가 관리해야 안전하다는 인식도 기업의 자유도를 떨어뜨린다. 베트남은 국가가 공인하는 중개사 자격증 제도가 없어 부동산 중개 시장이 활성화됐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기업규제 자유도는 낙제점이다.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인 ‘CES 2019’ 개최에 맞춰 내놓은 ‘국제혁신스코어카드(International Innovation Scorecard)’에 따르면 한국의차량 공유는 F, 숙박 규제는 D,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신생 기업)은 C등급을 받았다.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sandbox)’ 제도를 시작한 것은 늦었지만 반가운일이다. 스타트업들이 알기 어려운 규제 내용을 물어보면 30일 내에 확답받을 수 있는 ‘규제 신속확인제도’, 법규가 모호한 경우 특수 조건하에 규제적용을 잠시 면제해주는 ‘실증특례’나 ‘임시허가’제도는 기업 경영에 다소나마 자유를 줄 것이다.

ICT 분야 규제 샌드박스를 책임지는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사회적 갈등이 적은 분야부터 신속히 규제 완화하고, 심사위원회는 컨퍼런스 콜로 해서 심사위원들이 자주 모이기 힘들어도 빨리 의결하려 한다”며 속도를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다만, 샌드박스는 한시적이니 당장 기업 활동을 가로 막는 관련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신성장 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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