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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적은 자본으로도 투자가 가능해 이른바 ‘건물주’를 꿈꾸는 일반인에게까지 큰 인기를 끌었던 ‘꼬마빌딩’이 요즘 혹독한 거래 부진을 겪고 있다. 꼬마빌딩은 금액 50억원 미만의 업무·상업용 소형 단독 건물을 말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건물 가격의 최대 80%까지 대출이 나와 매매가 활발했지만 최근 정부의 전방위적인 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매매수요가 뚝 끊겼다. 이런 탓에 올해 상반기(1월~6월) 꼬마빌딩 거래량은 작년과 비교해 아예 ‘반토막’이 났다.
대출 규제 및 금리 인상에 거래량 ‘반토막’
빌딩 중개 전문업체 빌사남이 국토교통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 전체 빌딩 매매 거래 건수는 총 1074건으로 작년 상반기(2115건)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빌딩 매매의 대다수 거래를 차지하는 금액 50억원 미만 꼬마빌딩의 거래 부진이 전체 빌딩 매매 거래량 급감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작년까지만 해도 30억원짜리 빌딩을 사기 위해서는 5억~6억원의 자기 자본만 있으면 됐다. 거래가의 80%까지 은행 대출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3월 말부터 강화된 대출 규제로 해당 건물의 대출은 최대 50%에 불과, 최소한 15억원의 현금 동원 능력이 있어야 매입이 가능해졌다. 강남구 논현동 A공인 관계자는 “꼬마빌딩을 사려고 사무실(중개업소)에 들렀다가 대출 가능 금액을 파악하고 발길을 돌리는 고객들도 많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빌딩 매입 주요 거래층도 점차 개인에서 자본력이 있는 법인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빌딩중개 전문기업 리얼티코리아가 올해 서울에서 거래된 1000억원 미만 중·소형빌딩의 매수자 유형을 분석한 결과 4월까지만 해도 전체 거래량의 75%는 개인투자자가 차지했지만, 5월 들어 이 비율이 54%로 줄었다. 리얼티코리아 관계자는 “그간 개인이 전체 빌딩 매매량의 70~80%를 차지했지만 올 들어 평균 60% 후반대까지 떨어졌다”며 “반면 같은 기간 법인의 거래 비중은 25% 안팎에서 30% 넘게 늘었다”고 말했다.
매수세 없어 시세도 하락세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다 보니 주변 시세보다 몸값을 낮춘 급매물도 적잖게 나오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강남구 역삼동에서는 지상 5층짜리 빌딩이 40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이 가격은 인근에서 1년 전 매매 계약한 꼬마빌딩에 비해 3.3㎡당 매매값이 300만원이나 떨어진 것이다. 지난 5월 마포구 상수동에 있는 4층짜리 건물(면적 250㎡)의 경우 지하철 상수역 역세권 입지에도 불구하고 주변 시세(3.3㎡당 6800만~7100만원)보다 싼 3.3㎡당 6600만원에 겨우 팔렸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주택 보유세(종합부동산세) 인상안이 가시화하고 있어 강남권 고가 주택에서 꼬마빌딩과 같은 소형 업무·상업용 건물로 투자 수요가 옮겨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무·상업용 건물은 이번 보유세 인상 규제 칼날도 비껴간데다 실거래가 대비 공시가격 비율이 50%대로 아파트(70% 안팎)에 비해 낮아 재산세 부담도 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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