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明변호사]하종선 "집단소송 정부안 미흡…문턱 더 낮춰야"

정부 집단소송 확대 개정안(김종민 의원안) 비판
정부안이라면 집단소송 아닌 공동소송에 몰릴 것
집단소송 비용 부담 낮추고 소송 장기화 막아야
원고 승소 낮추는 증거개시절차 우선적 도입 필요
  • 등록 2018-10-22 오전 5:00:00

    수정 2018-10-25 오전 9:49:10

<사진=법무법인 바른 제공>
이데일리에서는 우리 사회에 의미있는 변화를 가져온 판결을 이끌어내거나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며 세상을 밝히는 데 일조하고 있는 명(明) 변호사들의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현재 증권관련 집단소송 틀 안에서 적용 대상만 확대해봐야 피해자들로부터 외면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BMW화재와 예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등 여러 공동소송을 대리하며 제조물 책임법 전문가로 자리매김한 하종선(사진) 변호사. 그는 최근 법무부의 집단소송법 개정안이 집단소송을 정착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법무법인 바른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하 변호사는 “현재 집단소송은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데다 증거개시절차(디스커버리제도)가 없어 진입장벽이 높다”며 “이를 그대로 두면 집단소송을 확대하더라도 제도가 사장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증거개시절차는 본격적인 심리에 앞서 원고가 피고 회사가 보유한 서면자료를 요구하고 증인을 불러 조사할 수 있는 권리다. 집단소송 역시 피해의 존재와 손해 발생, 양자 사이의 인과관계 등에 대한 입증 책임은 원고에 있다. 증거개시절차가 없는 국내에서는 기업 내부정보에 어두운 개인 피해자들이 기업을 상대로 재판에서 이기기 쉽지 않다.

법무부 집단소송 식품안전 등으로 확대 추진

집단소송은 손해배상소송 중 하나다. 가습기살균제 사태와 같이 피해자가 다수인 상황에서 일부 피해자가 전체를 대표해 소를 제기하고 승소시 모든 피해자가 함께 구제받는 제도다.

집단소송 효력을 누리지 않고 별도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제외신청을 한 사람을 빼고는 피해자 모두 배상을 받게 된다. BMW화재, 가습기 살균제 사태 등에서 집단소송이 많이 언급됐지만 실제 이런 소송은 집단소송이 아닌 피해자 여러명이 함께 소를 제기해 소송을 제기한 사람만 구제받는 공동소송이다. 국내에서 집단소송은 현재 증권분야에만 도입돼 있다.

법무부는 집단소송을 증권 분야에서 △제조물책임 △담합 △재판매가격유지행위 △부당표시광고행위 △금융소비자보호 △식품안전 △개인정보침해행위 △금융소비자보호를 위반한 경우로 확대하고 일부 소송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관련법 개정안을 의원입법(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형식을 빌어 발의한 상태다.

하 변호사는 법이 개정돼도 여전히 걸림돌이 많다고 했다. 그는 “인지대가 문제”라며 “파격적인 예외 규정을 두지 않는 한 집단소송은 활성화되기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인지대가 없는 미국과 달리 우리는 손해배상 청구액에 따라 계산하는 인지대와 패소시 부담해야 하는 상대방 소송비용까지 감안하면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집단소송도 일반 민사소송 절차를 따른다. 따라서 집단소송도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액에 비례해 인지대 금액 또한 커진다. 일종의 특례 조항으로 인지대를 일반 민사소송 인지대의 절반으로 하되 5000만원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비용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인지대를 집단소송을 대표해 제기하는 대표당사자가 먼저 내야하기 때문이다. 대표당사자는 자신의 피해금액을 넘어 다수의 피해자 전체의 손해에 해당하는 배상액을 청구하는 만큼 인지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집단소송은 대표당사자를 피해자 중에서 선정해야 소 제기가 가능하다. 때문에 피해자들이 인지대 부담으로 대표당사자 되는 것을 꺼리면 소 제기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패소때 피고가 지출한 변호사 비용 등 소송비용의 일부를 부담해야 하는 것은 집단소송이나 일반 민사소송이나 똑같다.

소송비용·재판 지연작전 등 걸림돌 산적

하 변호사는 피고측이 지연작전을 펼 경우 소송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3심제여서 재판 단계마다 피고가 집단소송 허가 결정을 두고 피고측이 태클을 걸면 소송 결과가 나올때까지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적극적인 원고들은 일부 피해자만 모아 집단소송에서 빠져 공동소송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동소송은 소송허가를 법원에서 따로 받을 필요가 없다.

집단소송을 하려면 본안소송에 앞서 법원의 허가 결정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집단소송법은 법원의 집단소송 불허 결정에 대한 피해자들의 불복뿐만 아니라 허가 결정에 대한 기업의 불복(즉시항고)을 1·2·3심 3차례에 걸쳐 허용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2005년 집단소송이 도입된 후 이제까지 제기된 집단소송 13건중 실제 대법원까지 소송허가가 확정된 사건은 6건, 이중 본안소송의 확정판결이 난 사건은 단 한 건뿐이다. 한 건은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했다가 도이치은행의 시세조종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제기한 집단소송이다. 집단소송제도 도입 이후 12년만인 지난해에 나온 첫 판결이다.

특히 하 변호사는 증거개시절차가 도입되지 않는 점을 집단소송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 그는 “모든 자료가 기업에 있고 기업이 기술력도 뛰어나고 돈도 많은 상황에서 TV, 자동차 등의 제조물 화재사건처럼 결함이 추정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원고가 승소하기 어렵다”며 “다른 어떤 제도보다 증거개시절차를 우선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변호사는 소송 남발 우려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까다로운 요건 탓에 집단소송 남발 위험은 사실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집단소송을 제한된 일부 영역에만 허용한 정부안과 달리 요건만 충족하면 분야를 한정하지 않고 모든 집단적인 분쟁에 적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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