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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의료기기 전시회에서 만난 이재준 큐렉소 대표는 “2017년 현대중공업 의료로봇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자체적인 연구·개발(R&D)이 가능해졌다”며 “인수합병 1년 반 만에 결과물을 낼 만큼 시너지가 나고 있다”고 말했다.
큐렉소(060280)는 2002년 미국 로보닥(현 씽크 서지컬)이라는 회사를 인수하면서 의료용 로봇시장에 진출했다. 로보닥은 세계 최초로 인공관절 수술 로봇을 개발했다. 로보닥이 큐렉소의 자회사이긴 하지만 R&D와 마케팅은 독자적으로 진행했다. 큐렉소는 로보닥 제품의 아시아·태평양지역 독점 판매권을 가지고 있었다. 이 대표는 “로봇 회사를 자회사로 두긴 했지만 모회사의 로봇 연구개발 기능이 약하다 보니 제품 판매 후 들어오는 피드백을 전달해도 적용이 오래 걸리는 등 한계가 있었다”며 “현대중공업(009540) 의료로봇 사업부 인수를 계기로 그동안 느꼈던 제품 개선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의료로봇 사업부를 인수를 계기로 회사는 연구기능을 강화했다. 현재 약 30여 명의 연구원들이 로봇을 개발 중이다. 로봇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자체 브랜드인 ‘큐비스’(CUVIS)도 만들었다.
이 대표는 의료용 로봇이 수술의 정확도를 높이면서 의사의 부담은 줄일 수 있어 앞으로 쓰임새가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의료기기 시장에서 소프트웨어와 로봇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이 활발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해 글로벌 의료기기사인 메드트로닉은 이스라엘 척추수술로봇 개발사인 마조 로보틱스를 16억 달러(약 1조 7774억 원)에, 지난달 또 다른 글로벌사인 존슨앤드존슨은 레이더 수술로봇 개발사 오리스헬스를 50억 달러(약 5조 6500억 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자동차 시장에서 처음 자동변속기가 나왔을 때 ‘수동변속기가 기름도 절약할 수 있고 운전하는 재미도 있어 굳이 바뀌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지만 지금은 자동변속기가 대세로 자리잡았다”며 “수술용 로봇도 마찬가지로 정형외과 의사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인공관절 수술이지만 조금 더 쉽게 수술하면서 정확도를 높이는 ‘작지만 큰 차이’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