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협약에 묻힌 '1회용컵 줄이기'…커피전문점 불법 자행

2013년 1회용컵 줄이기 나섰지만 되레 사용량 증가
머그컵 대신 1회용컵 버젓이 사용, 지자체 관리감독 소홀
  • 등록 2018-04-23 오전 6:00:00

    수정 2018-04-23 오전 6:00:00

매장 내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1회용 플라스틱컵(사진=한정선 기자)
[이데일리 한정선 기자] “머그컵에 달라고 미리 말하지 않으면 당연하게 종이컵에 음료를 담아줘요”

전업주부인 이모(38·여)씨는 종이컵에 뜨거운 음료를 마시면 유해성분이 나올까봐 종이컵 사용을 꺼린다. 그래서 늘 주문 전에 머그컵으로 달라고 말한다. 간혹 깜박하고 주문 전에 말하지 않으면 여지없이 종이컵에 커피가 담겨 나온다. 주문 전 이 정도의 수고는 감내할 수 있지만 문제는 한여름이다. 이씨는 “날씨가 더워져 차가운 음료를 주문하면서 머그컵에 담아달라고 하면 종업원이 ‘차가운 음료는 테이크아웃 잔에만 가능하다’고 말해 곤란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커피전문점들이 ‘1회용 컵 없는 매장’ 정착을 위해 환경부가 추진해 온 자발적 협약을 악용해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 환경부와 1회용품 사용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맺으면 매장 내 합성수지(1회용 플라스틱)컵 사용에 대한 지도점검을 면제받는다는 것을 역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

23일 환경부에 따르면 커피전문점은 매장 내에서 음료를 마시는 손님에게 1회용 플라스틱컵에 담아주면 안 된다. 1회용 플라스틱컵은 매장 밖에서 음료를 마시겠다는 손님에게만 지급할 수 있다.

매장 내에서 음료를 마시는 고객에게도 1회용 플라스틱컵을 주면 매장면적에 따라 1차 적발 시 5만원~5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1년 동안 3차례 적발 시에는 30만원~200만원까지 벌금이 올라간다.

환경부는 1회용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 지난 2013년 12개 커피전문점, 5개 패스트푸드점과 ‘1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 이 업체들은 정부와의 약속들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매장 내 1회용 플라스틱컵 사용에 대한 점검을 면제받는다.

매장에서 음료를 마시고 간 손님들이 버린 1회용 플라스틱컵(사진=한정선 기자)
문제는 이 업체들이 협약을 맺어 점검은 면제받고 협약들을 이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업체들은 매장 내 1회용컵이 아닌 다회용컵(머그컵)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주문 접수 시 ‘매장에서 드실 거면 머그컵에 담아드려도 될까요?’라고 물어봐야 한다.

하지만 머그컵에 음료를 담아줘도 되는지 묻지 않거나 머그컵이 다 떨어져서 없다고 하면서 협약 내용을 지키지 않고 있다. 심지어 차가운 음료는 테이크아웃 잔에만 줄 수 밖에 없다는 매장도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커피전문점에서 머그컵이 없다고 하거나 차가운 음료는 1회용컵에만 담아주는 것은 협약 내용을 어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협약에 따르면 텀블러 등을 고객이 가져오는 경우 가격할인을 해야 한다. 또 이들은 2020년까지 매년 매장당 음료 판매량 대비 1회용컵 사용량을 전년대비 3% 포인트 이상 줄이고 그 이행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아울러 1회용컵을 전문 회수·재활용업체가 회수하도록 하고 타사제품이라도 1회용컵을 되가져오는 고객에게는 ‘환경보전에 동참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해야 한다.

스타벅스 측은 “매장에서 손님에게 머그컵을 권유하도록 직원들에게 수시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바쁜 시간에는 이를 지키기가 쉽지 않다”며 “손님들이 매장에서 음료를 마시다가 나갈 수 있어서 1회용컵을 우선 줄 때가 많다”고 말했다.

1회용컵 줄이기 협약 업체의 컵 사용량(제공=환경부, 단위=억 개)
한편 협약내용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1회용품 줄이기 협약을 맺은 업체들의 1회용컵 사용은 되레 늘었다.

환경부에 따르면 협약을 맺은 12개 커피전문점들과 5개 패스트푸드점들의 1회용컵 사용량은 △2013년 6.4억개 △2014년 6.3억개 △2015년 7.2억개 △2016년 7.6억개로 증가했다.

자원순환사회연대와 환경부는 고객이 1회용컵에 담아달라는 별도의 요구가 없으면 우선 머그컵 등 다회용컵에 담아 주도록 협약 내용을 강화할 예정이다.

자원순환사회연대 관계자는 “눈가림식으로 머그컵 등을 2~3개만 갖춘 매장들도 있는데 점검을 통해 머그컵을 제대로 갖추고 사용을 늘리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방자치단체가 지도점검을 나서 협약 내용을 지키지 않으면 매장별로 협약을 해지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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