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稅혜택 받으려면 8년전 세입자 신분증 내라고요?”

장기 임대의무기간 끝나 집 팔때
8년간 임대, 입증해야 세금 감면
세입자 정보 수년간 보관은 부담 커
"시장 상황과 동떨어진 규제" 지적
국토부, 뒤늦게 신청 요건 손질나서
  • 등록 2019-02-12 오전 4:30:00

    수정 2019-02-12 오전 4:30:00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박민 기자] “6년 전 거주했던 세입자 주민등록증 사본을 지금까지 가지고 있어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세입자 입장에선 개인정보 침해 소지도 있는 것 아닌가요?”

임대사업자가 집을 팔 때 양도소득세를 감면받기 위해서는 8년간의 세입자(임차인) 주민등록표등본 또는 주민등록증 사본 등 서류를 제출하도록 돼 있어 과잉 규정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에 공감하고 뒤늦게 장기임대주택의 양도세 감면 신청 서류 요건을 손질할 계획이지만 빨라야 올 하반기에나 가능해 임대인·임차인 모두의 불만을 사고 있다.

◇세입자 정보 없으면 양도세 혜택 못받아

11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현행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상(제 97조 4항) 세액의 감면신청을 하고자 하는 자는 세액감면신청서에 △임대사업자 등록증 △임대차 계약서 사본 △임차인의 주민등록표등본 또는 주민등록증 사본 △기타 기획재정부령이 정하는 서류 등을 첨부해 납세지 관할 세무서에 제출해야 한다. 즉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집주인은 임대 의무기간이 끝난 후 언제 팔지도 모를 주택에 대해 한 번이라도 거주했던 세입자들의 신분증 사본은 모두 기약 없이 보관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A씨는 “임대사업자 등록할 때 구청이나 세무서 등에서 양도세 감면 제출 서류에 대해 미리 안내를 해주는 것도 아니어서 이를 잘 모르는 집주인들도 많을 것”이라며 “게다가 세입자 개인정보를 수년간 보관한다는 것은 집주인도 세입자도 모두 부담스러운 조항”이라고 말했다.

애초 계약 초기에 이 같은 내용을 세입자에게 설명하고 신분증 사본을 받아뒀다면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집주인이 이 조항을 모르는 상황에서 세입자가 중간에 이사라도 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면 골치 아파진다. 게다가 집주인과 세입자가 사이가 안 좋아 신분증 사본을 달라는 집주인의 요청을 세입자가 거절하면 이를 대체할 방법도 딱히 없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일반적인 전·월세 임대차 계약시 집주인과 세입자가 신분증을 서로 확인하는 것은 있어도 따로 보관하지 않는다”며 “조세 감면을 받기 위해 서면으로 신분증 사본을 제출하는 건 일반적인 시장 상황과 동떨어진 규제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행정편의주의적 행태…서둘러 개정해야”

정부도 뒤늦게 규정 개선에 나설 예정이지만 시간이 다소 걸릴 전망이다. 국토부와 국세청은 매년 7~8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하는 세법 개정안과 관련해 관계 부처의 개정 의견을 받는 단계에서 ‘장기임대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제출 서류 요건을 개선해 달라고 건의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간임대주택을 팔 때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으려면 임차인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주민등록증 사본 등이 필요한데, 행정정보 공동이용 등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있다”며 “해당 조문이 개정될 수 있도록 국세청과 함께 3월 말에서 4월 사이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토부는 최근 국세청,행정안전부 등과 연계해 주택임대차정보시스템(RHMS)을 구축하고, 집주인이 임대의무기간, 연 5% 이내 임대료 인상률 등을 잘 지키는지 점검하기로 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세입자의 실체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음에도 이를 활용할 생각이 없었다는 건 공무원 조직의 대표적인 ‘복지부동’이라는 지적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민등록증 사본을 따로 서면으로 제출하라는 법령을 유지하는 것은 지극히 행정 편의주의적 행태“라며 ”지금에라도 관련 규정 개선을 검토하는 건 반길만하지만 애초에 시민 불편을 초래하지 않도록 정책의 완성도도 높였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017년 12월 민간의 임대주택을 활성화 하기 위해 재산세와 임대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등 각종 세금을 감면해주는 혜택을 제시하면서 지난 한해 임대등록이 급격히 늘었다. 작년 12월 말 기준 등록임대주택은 136만2000여채로 전년 말 대(98만채)대비 39%나 증가했다. 그러다 정부는 임대사업자 세제혜택이 오히려 주택 구매을 부추기는 투기적 수단으로 전락한 것으로 판단해 지난해 9·13 대책 이후 새로 주택을 취득해 임대등록하는 이들에겐 이러한 혜택을 대폭 축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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