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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엉클어진 침대가 먼저 보인다. 대충 놓인 베개며, 귀퉁이가 맞지 않는 담요, 방금 벗어낸 듯한 옷가지까지. 바닥 사정도 다르지 않다. 알람시계·손목시계·스탠드·휴대폰 등이 제자리를 못 찾고 있다.
가늘고 거칠지만 정교한 묘사. 펜으로 쓱쓱 그은 그림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건 한 발짝 떨어져 봤을 때의 상황이고, 코앞까지 다가서면 다른 세계다. 재봉틀로 한땀 한땀 박아낸 ‘바느질 드로잉’이 펼쳐져 있으니까.
25일까지 서울 동대문구 왕산로 롯데갤러리 청량리점서 여는 개인전 ‘사소한 기념일’에서 볼 수 있다. 천에 재봉틀로 드로잉. 160×160㎝. 작가 소장. 롯데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