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자신있게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명쾌하다. 사심없이 JKL에 자금 운용을 위탁한 투자자의 입장에서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노(NO)라고 말하는 용기와 위기대응이 ‘핵심 경쟁력’
20일 JKL의 소신맨, 강 이사를 만났다. 강 이사가 중견 사모펀드인 JKL과 인연이 닿은 것도 이러한 소신발언 때문이었다. 한국정수공업 매수 자문을 맡았던 강 이사는 당시 ‘뼈 있는’ 발언으로 상대방 측이었던 JKL 파트너들의 신뢰를 얻었다. 이는 2013년 강 이사가 JKL로 자리를 옮기는 계기가 됐다. 이 후 그는 팬오션, 파나이텍스 등 JKL의 핵심 딜을 도맡아 주도하며 차세대 키맨으로 주목받고 있다.
강 이사의 더 큰 경쟁력은 업종을 막론한 ‘위기대응 능력’이다. 현재 강 이사가 집중 관리 중인 2차전지 업체 ‘파낙스이텍’이 대표적 사례다. JKL은 2013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파낙스이텍의 지분 46.5%를 656억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곧 시장엔 위기가 왔다. 강 이사는 “투자 당시만해도 글로벌 대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스마트폰 관련 투자를 늘리던 때였다”며 “지금처럼 시장이 포화 상태로 침체를 겪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강 이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시장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고 위기 관리 시스템을 작동시켰다. 스마트폰이 아닌 전기차와 이동식(포터블) 전자기기들의 배터리 수요 성장에 부응하는 체질개선을 시작한 것이다. 관건은 사업 전환 기간 동안 적자 버티기였다. 그는 “적자 상황에서도 연구개발 부서는 유지하고 비주력 자산들을 매각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했다”며 “선제적으로 위기를 예측하고 움직인 덕분에 어려운 시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지난해 중국 공장 투자 때는 그가 직접 나서 벤처캐피탈(VC)의 투자를 유치해 펀딩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지난 4분기부터 드디어 절치부심한 노력의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올들어서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급성장하고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이다. 현재는 내년 하반기 IPO(기업공개)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최고의 딜은 팬오션, “산업을 꿰뚫은 선구안이 실력”
그에게 최고의 딜을 꼽자면 JKL의 이름을 업계에 알린 팬오션이다. 사양 산업인 해운업종에서 팬오션이란 알짜 기업을 골라 투자할 수 있었던 선구안이 빛을 발한 것이다. 강 이사는 “2015년 조선 업황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투자자 모집이 쉽지 않았다”며 “하지만 산업 내 헤게모니를 쥔 팬오션의 회생 가능성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01년 설립한 JKL은 지난해 처음 산업은행, 교직원공제회 등에서 67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했으며 지난해 말 기준 4개 청산펀드의 평균 수익률(IRR)은 16.5%에 달한다.투자 포트폴리오를 보면 팬오션, 동해기계항공 등 제조업체에서 골프웨어 까스텔바작, 마스크팩 지디케이, 여기어때 위드이노베이션 등 소비재까지 다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