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라는 말이 또 나오고 있다. 원인으로 둘을 들고 있다. 하나는 ‘10년 주기설 이다. 아시아 외환위기가 1997년에 발생했고 미국 금융위기가 2008년에 발생한 걸 보면 10년 남짓에 한번씩 위기가 발생하는데, 주기상 내년이 위기가 발생할 때라는 거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왜 위기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것 같다. 그래서 나온 게 ‘중국 기업 촉발설’이다. 금융위기 이후 중국기업의 부채 증가율이 매해 20%를 넘었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막대한 부채가 내년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어떤 형태로 위기가 발생하든 그 여파는 우리 경제로 옮겨져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거라고 얘기되고 있다.
진짜 내년에 우리 경제가 위기에 빠질까?
두 번째는 위기에 대한 인식이 없어야 한다.
위기가 발생하려면 위기에 대해 둔감해야 한다. 나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전혀 없거나 상황이 벌어져도 초기에 진압할 수 있다고 자신해 문제가 심각해질 때까지 조치를 취하지 않아야 한다. 미국 금융위기가 그 예였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금융위기가 표면화됐지만 한해 전부터 이미 많은 지방 금융기관들이 서브프라임모기지로 파산했다. 2008년 3월에는 월가 5대 투자 은행중 하나인 베어스턴스까지 무너질 정도였다. 그런 데에도 미국 중앙은행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경제성장을 촉진할 필요가 있을 경우 조절적인 정책을 취할 준비가 되어 있다‘ 라는 말로 위기 가능성을 일축했다. 심지어 서브프라임 모두가 부실이 돼도 총액이 3,000억달러에 불과하므로 문제될 게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세 번째는 대처 능력이 없어야 한다.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이 넘어가자 다음 주자는 홍콩이란 얘기가 퍼졌다. 위기가 발생하기 넉달 전에 중국으로 반환돼 홍콩의 정치체제가 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였고,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어 투기세력에게 좋은 공격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홍콩 달러에 대한 공격이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홍콩을 무너뜨리기에는 외환보유고 등 방어력이 너무 강했다.
지금 우리는 어떤 상태일까?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 전망기관과 언론은 위기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위기를 미리 포착해 경고하지 못했다는 자책감 때문인 것 같은데, 그래서 경기가 조금만 나빠지면 항상 위기 가능성을 거론한다. 내년 경제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부분을 위기의 전조보다는 순환적인 둔화 정도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