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정책에 멍드는 경제]이대로는 100% 실패..대안은?

양극화 해소에 최저임금보다 사회안전망 `구축` 중소기업 혁신성장 `필요`
스웨덴 좌파정권 장기집권, 산업계를 우군으로 만든 덕
제조업 붕괴 위기 해법 마련해야
  • 등록 2019-01-23 오전 4:57:00

    수정 2019-01-23 오전 4:57:00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재은 이광수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1년에 부담하는 감사비는 얼마나 될까. 2017년 기준 40억3000만원이다. 단순 금액으로 적지 않은 돈이지만, 오라클(300억원), IBM(540억원)과 비교하면 10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오라클, IBM을 앞선다. 현대캐피탈은 2014년 자발적으로 외부 감사비용을 9억2000원으로 3배나 높였다. 저가 수임이 감사의 품질 저하로 이어지는 현실속에서 제대로 된 비용을 지불하고 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의도였다.

손혁 계명대 교수는 “코스닥 기업의 경우 1년에 감사비용 500만원을 내는 곳도 있다”며 “감사를 받아도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니 감사보수를 적게 주는 게 당연한데 이 악순환을 끊으려고 거꾸로 표준감사시간제도를 도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시간이 늘어나면 감사 품질이 높아지고, 감사품질 개선 효과를 누리면 추후 좋은 감사인을 선임하려고 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급격한 비용 부담은 안 그래도 어려운 기업들을 더 코너로 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공시가격 현실화 등 제도를 선진화하고 형평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맞는 방향이지만, 기업이 무너지고 국민이 받아들이지 못하면 아무 소용 없다는 것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자리, 가계소득 악화의 핵심은 제조업의 붕괴 때문”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공정경제, 혁신성장을 얘기하지만, 산업이 붕괴되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진단했다.

정책 추진 속도를 높이려면 이로 인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도록 방법론에 신중을 기하고 보완책에도 힘을 써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최저임금 인상의 경우 스웨덴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추진 방식에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몇몇 대기업 기득권 노조에 휘둘리며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더 고착화하는 우리의 현실과 달리 스웨덴은 1930년대 일찌감치 노조를 국정운영 파트너로 삼았다. 그 결과 노조 스스로 인상 속도를 조절(연대임금정책)했다. 중앙단체교섭 중심의 노사협상으로 임금이 높은 기업은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낮은 기업의 임금을 높이는 방향으로 임금이 조정돼 불균형을 해소했다. 또 1938년 맺은 샬트셰바덴 협약을 통해 노조는 사측의 경영권을 보장하는 반면 사측은 고용과 투자 확대, 이익의 일부를 사회보장재원으로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최배근 교수는 “1930년대 스웨덴은 미국, 독일에 뒤지는 후발국가였는데, 임금 인상 속도를 감내할 정도로 하면서 산업경쟁력을 강화한 것”이라며 “산업계를 우군으로 만든 게 스웨덴 좌파정권 사민당이 44년간 장기집권할 수 있게 만든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지금 나타나는 대부분의 문제는 오랫동안 잠재했던 제조업 붕괴에 문재인 정부의 급진적 정책이 숟가락을 얹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동기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급격한 인상률도 문제지만, 최저임금 문제와 다른 전반적 임금제도, 통상임금 등 같이 묶어서 종합적으로 검토해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최저임금 하나만 올릴 경우 원래 유도한 효과가 나오기 굉장히 어렵다”고 분석했다. 주 52시간 근로도 마찬가지다. 국가별로 근무시간, 일하는 문화 등이 다르고, 산업별 직종별로도 차이가 있는데 일률적으로 도입하다 보니 원래 의도한 효과가 나오기 어렵다는 것.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표준감사비용, 근로시간 단축 등에 대해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실제로 정부의 의도와 다른 부작용들이 나타나는 만큼 일정부분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조언한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내년부터 시행예정인 300인미만 사업장 주 52시간 제도 도입을 최대 2년 유예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추 의원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중단시켜야 한다”며 “공시지가 역시 현실반영 비율을 높인다면 거기에 맞게 세율을 낮추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동기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을 양극화 해소 수단으로 삼지 말고 최하 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강화에 나서야 한다”며 “특히 사회안전망 강화와 함께 중소기업들의 혁신성장, 경쟁력을 키워 임금을 많이 줄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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