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알고도 강행…3기신도시 '꼼수' 논란

하남시 "유적 많다 알렸지만 국토부서 제안"
신도시 개발 아닌 문화재 발굴사업 될 수도
국토부, 문화재 리스크 알고도 신도시 지정
"개발사업 시 발굴되면 콘셉트 맞춰 개발할 것"
  • 등록 2019-02-20 오전 4:50:00

    수정 2019-02-20 오전 4:50:00

3기 신도시 지정된 경기도 하남시 교산동 일대.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정부가 3기 신도시 가운데 하남교산지구 내 문화재 출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정을 강행해 ‘발표를 위한 발표’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남권 대체지를 서둘러 조성해야 한다는 여론을 의식한 정부가 앞뒤 안가리고 발표부터 했다는 것이다. 자칫 수도권 주택 공급을 위해 정부가 특급 비밀작전까지 펼치며 마련한 3기 신도시 개발사업이 아닌 문화재 발굴 사업으로 뒤바뀔 처지다.

하남시 “매장문화재 알렸는데 국토부가 제안”

국토교통부와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3기 신도시 후보지 검토 단계부터 교산지구 일대에 매장문화재가 다수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다만 아직 매장문화재가 발굴이 되지 않았고 발굴된다면 이와 연계해 개발하면 된다는 게 국토부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교산지구의 경우) 문화재가 많이 나올거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리스크가 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관련 절차를 거쳐 박물관이나 역사공원 등의 콘셉트에 맞춰 개발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남시 도시개발과 관계자도 “교산지구는 문화유적이 많이 분포돼 있는 지역일 수 있다고 사전에 LH에 전달했다”며 “3기 신도시 부지는 하남시에서 먼저 제안한 것이 아니라 국토부에서 제안했다”고 말했다.

하남시는 오히려 개발을 통해 매장문화재를 발굴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하남시 관계자는 “교산지구 일대에 문화유적이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있지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다보니 개발사업 자체를 못해 유물 존재 여부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이번 기회에 개발을 하면서 체계적으로 문화재를 발굴하면 역사 교육 자료나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하남 교산지구는 주민공람과 관련 부처 협의를 끝내고 최근 환경영향평가에 들어갔다. 개발에 의해 환경 영향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살펴보는 것으로 통상적으로 4~5개월이 소요된다. 오는 6월쯤 지구 지정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하반기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문화재 지표조사는 내년에나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2021년부터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국토부의 약속이 지켜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기반시설 공사다. 국토부는 하남 교산지구의 교통 편의성을 확보하기 위해 서울도시철도 3호선 연장, 동남로(보훈병원) 연결도로 신설, 하남IC(나들목)~상사창IC 도로 신설 등 교통대책을 함께 제시했다. 하지만 철도 등 교통인프라 사업은 문화재 발견시 계획대로 진행하기도, 계획을 수정하기도 쉽지 않다.

국토부가 강남대체지 확보를 위해 끼워넣기를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시행사 한 관계자는 “교산지구는 하남시에서도 땅값이 다른 곳보다 저렴하고, 강남 접근성도 다른 지역보다 좋은 편이라 국토부가 앞뒤 안 따지고 발표부터 한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 강남 집값을 잡아야 하는 국토부로서는 경기 동남부에 신도시 한 곳이라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토부는 계획이 늦어질 순 있지만 향후를 대비해 택지를 확보한다는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확보한 택지는 오는 2023년이면 대부분 소진이 된다”며 “3기 신도시는 빨리 조성하기보다 향후 필요시기에 맞춰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양질의 택지를 확보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춘궁·교산동 일대 문화재 출토 가능성 높아

하남에서는 이미 개발사업을 진행한 하남 미사강변도시나 감일지구에서도 문화재가 발굴된 바 있다. 감일지구의 경우 유물 발견에 따라 토지이용계획이 변경되는 등 개발사업에 차질이 빚어졌다. 다만 하남시 일대 사실상 첫 개발사례였던 미사강변도시의 경우 당시 지역주민들이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크지 않았고 교산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물 분포가 적었다.

유평근 하남 문화유산지킴이 시민위원회 총괄본부장은 “미사강변도시 일대에서는 구석기시대 때부터의 유물이 발견됐는데 그냥 덮혀지거나 다른 박물관으로 이전보존됐다”며 “한성백제 시대 도읍지로 추정되는 교산지구 일원에는 미사지구 일대보다 훨씬 더 많은 유물이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하남시에 있는 국가지정 문화재 8건 중 6건이 춘궁·교산·천현동에 있고, 도지정 문화재 4건 중 3건이 교산·상사창동에 자리하고 있다.

신도시를 개발하는 경우 사업시행자는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해당 건설공사 지역에 문화재가 매장·분포돼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지구지정 이후 매장문화재 지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지표조사 결과 매장문화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지역에 대해서는 반드시 사전에 문화재청과 협의해야 한다. 지자체장은 매장문화재 유존지역의 건설공사 인·허가 등을 거부할 수 있다.

지표조사 이후에도 실제 공사 중 매장문화재가 발견될 경우 사업시행자는 즉시 공사를 중단하고 규정된 절차를 따라야 한다. 또 현지보존해야할 문화재라면 해당 구역의 개발계획은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

우재병 충남대 고고학과 교수(충남대 백제연구소 소장)는 “경기도 하남시 일대는 백제 관련 유적지, 무덤 등이 많은 편인데 지역에 따라 유물의 종류나 시대가 차이날 수 있다”며 “강쪽에는 선사시대 유물이 나오는 경우가 많고, 산밑으로 가면 역사시대(문자로 쓰여진 기록에 의해 알 수 있는 과거) 유물이 발견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 교수는 이어 “현재 문화유적분포지도는 10년전쯤 관련 부처에서 상당히 공을 들여 조사해 파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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