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박물관]①'삼양라면' 이후 40년만의 복덩이 '불닭볶음면'

2010년 출시된 불닭볶음면, 명동 불닭집서 아이디어
'파이어 누들' 유튜브 타고 전세계로…'K푸드 아이콘' 우뚝
한국 라면업계 매운맛 돌풍 몰고 와
  • 등록 2019-03-14 오전 5:30:00

    수정 2019-03-14 오전 10:35:47

카타르에서 열린 ‘불닭복음면’ 빨리 먹기 대회 모습.[디자인=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저 가게는 왜 저렇게 붐빌까?’

찬바람이 불던 2011년 초 김정수 삼양식품 사장은 한 가게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그 가게는 명동에서도 이름난 매운 불닭 음식점이였다. 김 사장은 매운 불닭맛에 대한 수요를 직감했다.

“저 맛을 라면에도 응용할 수 있지 않을까?”

이후 김 사장은 마케팅 부서, 연구소 직원들과 함께 전국의 유명한 불닭, 불곱창집을 찾아다녔다. 직접 시식을 하면서 라면에 맞는 매운맛 소스를 연구했다. 세계 각국의 고추를 혼합하면서 최적의 소스 비율을 찾았다. 매일 계속되는 매운맛 시식에 위가 약한 연구원은 약을 달고 살아야 했다.

1년 만에 출시…초반부터 입소문, 인기몰이

2012년 4월 ‘불닭볶음면’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제품 개발에 들인 시간만 1년 여, 매운 소스 2톤(t)에 닭 1200마리가 쓰였다. 1963년 ‘삼양라면’ 이후 40년 만의 기대작이었다.

불닭볶음면
이 같은 노력에도 불닭볶음면의 초반 흥행은 부진했다. 매운맛 인스턴트 라면은 비빔국수류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대중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제품이었다. 매운맛을 좋아하는 마니아를 노리겠다는 틈새 전략을 써야만 했다.

반응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나왔다. 예상대로 매운맛 마니아들의 체험기가 SNS에 올라왔고 많은 사용자들의 공감과 ‘좋아요’를 받았다.

출시 초기 월 7억~8억원 정도였던 매출은 석 달 만에 2배로 늘었다. 1년 뒤 월 매출은 30억원대로 올라섰다. 최근에는 8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SNS에서의 화제는 유튜브로 옮겨갔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영국남자’가 불닭볶음면에 도전하는 영상을 올리면서 불닭볶음면 시식 도전 붐이 일었다. 이른바 ‘파이어 누들 챌린지(Fire Noodle Challenge)’라는 이름으로 유행이 확산하기 시작했다. 현재 유튜브에 게재된 불닭볶음면 관련 영상만 무려 100만개가 넘는다. ‘K푸드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덕분에 불닭볶음면은 삼양식품의 대표 수출 브랜드가 됐다. 붉닭볶음면은 2013년 중국과 동남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베트남·태국 등 전역)를 시작으로 현재는 미주, 유럽까지 총 76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삼양식품의 전체 해외 매출 가운데 80% 이상이 ‘붉닭’ 관련 브랜드에서 나온다.

[디자인=김정훈 기자]
삼양식품은 2017년 ‘1억달러 수출의 탑’과 함께 ‘동탑산업훈장’, ‘산업통상자원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이듬해인 2018년에는 ‘2억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식품업계에서 2년 연속 수출의 탑을 수상한 건 삼양식품뿐이다.

지난해 삼양식품의 전체 수출액은 2010억원이었다. 이중 불닭 브랜드 수출액이 1730억으로 전체 수출의 86%를 차지했다. 국내 매출 1095억원을 합치면 지난해 총 매출 규모는 2825억원으로 커진다. 삼양식품에는 40년 만에 나온 효자인 셈이다.

불닭 시리즈로 발전…미투 상품까지

유튜브 내 불닭볶음면 인기는 새로운 불닭 시리즈로 이어졌다. 매운 맛을 완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조합이나 더 맛있게 먹는 방법 등이 유튜브 콘텐츠로 올라온 것. 예컨대 치즈와 참치, 달걀 등과의 조합이 등장했다. 소비자 스스로가 불닭볶음면을 즐기는 것을 본 삼양식품은 다양한 버전의 제품을 내놓았다. ‘치즈불닭볶음면’을 시작으로 ‘불닭볶음탕면’, ‘커리불닭볶음면’, ‘핵불닭볶음면’, ‘까르보불닭볶음면’ 등이다.

불닭볶음면 시리즈
이중에서도 2017년 12월 출시한 까르보불닭볶음면의 반응은 뜨거웠다. 크림소스를 섞어 먹으면 맛있다는 소비자들의 요리법을 착안해 만든 것이 대박을 쳤다. 한정판으로 선보인 까르보불닭볶음면은 3개월간 3600만개가 팔렸다. 2018년 5월에 정식 제품으로 출시되기에 이른다.

불닭볶음면의 매운맛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한 제품도 있다. 기존 불닭볶음면보다 매운맛의 강도를 두 배로 높인 핵불닭볶음면이 그것이다. 2017년 1월 한정판으로 출시된 이 제품도 2018년 12월 정식 출시됐다.

또 오리지널 불닭볶음면 출시 초기부터 인기를 끌었던 ‘불닭볶음면+짜장라면’도 정식 제품으로 나왔다. ‘짜장불닭볶음면’이다.

히트 상품에는 어김없이 따라붙는 ‘미투 상품(모방 상품)’도 생겨났다. 포장과 디자인, 이름이 유사한 제품이 쏟아졌고, ‘매운맛 라면’은 국내 라면시장에서 새로운 상품군으로 자리매김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불닭볶음면과 후속 제품들이 연달아 히트를 친 덕분에 불닭 브랜드가 국내 라면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면서 “국내 식품업계에서도 전무후무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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