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pick]'9·11 벌집' 쑤신 美무슬림 여성의원 '나비효과'

"어떤 사람들이 무슨 일을 했다" 발언에…보수진영 맹공
트럼프 '오마르 비난 영상' 트윗…민주 "선동 멈춰라" 반발
트럼프 지지자, "머리에 총 쏠 것"…현실화된 신변위협
  • 등록 2019-04-16 오전 4:20:38

    수정 2019-04-16 오전 4:20:38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어떤 사람들이 무슨 일을 했다(Some people did something).”

‘9·11 테러’를 이렇게 묘사한 미국 민주당의 여성 초선 하원의원 일한 오마르(37·미네소타·사진 위)의 말 한마디가 워싱턴 정가를 들쑤셔놨다. 도널드 트럼프(아래) 미국 대통령은 당장 ‘정치 쟁점화’를 시도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정적(政敵)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반격에 나섰다. 민주당 대선주자들까지 너도나도 한마디씩 거들면서 그야말로 벌집을 건드린 격이 됐다.

反유대주의 발언 때 ‘타깃’

발단은 지난해 11·6 중간선거에서 사상 최초로 미 연방의원에 당선된 2명의 무슬림 여성 중 한 명인 오마르가 9·11 테러를 ‘별것 아닌 듯한’ 뉘앙스로 언급하면서 불거졌다. 지난달 23일 한 무슬림 인권단체 행사에서 9·11 테러 이후 미국 사회에서 무슬림에 대한 차별이 심해졌다고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왔지만, 2799명의 목숨을 앗아간 9·11 테러가 여전히 미국민들에 ‘큰 상처’로 남아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사실 오마르의 발언은 당시 별다른 시선을 끌지 못했다. 뒤늦게 논란이 된 건 호주의 반(反) 이슬람 정치인 무하마드 타위디가 지난 9일 오마르의 발언 영상을 트위터에 올리면서부터다.

당장 공화당을 필두로 한 보수진영은 들끓었다. 아프가니스탄 참전용사 출신인 댄 크렌쇼(공화·텍사스) 하원의원은 10일 트위터에 “미 영토에서 수천 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테러 활동을 ‘어떤 사람들이 무슨 일을 했다’고 묘사했다”고 비난했다. 보수 성향의 타블로이드판 일간 뉴욕포스트는 11일 자 1면에 9·11 당시 화염에 휩싸인 뉴욕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 사진과 함께 ‘이게 당신이 말한 무슨 일’이라고 실으며 오마르를 겨냥했다.

오마르를 향한 공세는 예견된 일이다. 오마르는 지난 2월 유대인 로비 단체를 비난했다가 ‘반(反) 유대주의’ 역풍에 휩싸여 결국 사과한 전력이 있는 인물이다. 미 언론들은 “그때부터 오마르는 보수진영의 타깃이 됐다”고 했다.

사진=AFP
◇트럼프, 먹잇감을 물다


논란이 파문으로 번진 건 트럼프 대통령이 가세하면서부터다. 정적들의 ‘실수’나 ‘잘못’을 극대화하는 데 정평이 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오마르의 발언과 9·11 테러 당시 긴박한 현지 상황을 교차 편집한 43초짜리 동영상을 올리면서 “우리는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정치 쟁점화’를 시도한 셈이다.

당장 민주당은 “혐오적이고 선동적인 레토릭(수사)은 심각한 위험을 낳을 뿐”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14일 성명에서 “대통령의 말은 엄청난 무게를 지닌다”며 트윗 영상 삭제를 촉구했다. 대선후보들도 거들었다.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은 “역겹고 위험한 공격을 멈추라”고 했다.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도 “대통령이 현역 여성의원을 상대로 폭력을 선동하는 건 역겹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트위터에 펠로시 의장을 겨냥, “의회에 대한 통제권을 완전히 잃고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며 “낸시가 그녀의 지도자 오마르를 방어하기로 결심하기 이전에 오마르가 했던 반유대주의적, 반이스라엘적, 그리고 미국에 대한 혐오로 가득 찬 배은망덕한 발언들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마르를 향해서도 “그녀는 낸시를 제어하는 것 말고는 통제 불능”이라고 비난했다. 오마르를 펠로시 의장의 ‘지도자’로 표현, 오마르를 옹호하는 펠로시 의장을 비아냥 댄 셈이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왼쪽). 사진=AFP
◇오마르 신변위협 ‘현실로’


문제는 오마르를 향한 ‘정치적 공세’가 실질적 공격으로 다가왔다는 데 있다. 오마르는 트위터에 “대통령의 트윗 이후 나는 생명의 직접적인 위협이 증가하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며 “우익 극단주의자와 백인 민족주의자들에 의한 폭력범죄와 다른 행위들이 미국과 전 세계에서 증가하고 있다. 더는 이 나라의 최고위직 담당자가 이들을 부추기는 것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선동적 언행의 중단을 요구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로 알려진 뉴욕 북부 출신의 남성 패트릭 칼리네오 주니어(55)는 지난달 21일 오마르의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직원에게 “무슬림 형제단(세계 최대 이슬람주의 단체)에서 일하느냐. 왜 테러리스트를 위해 일하는가”라고 물은 뒤 “그녀의 머리에 총알을 박아넣겠다”고 협박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칼리네오 주니어가 체포된 후 ‘트럼프 대통령을 사랑하고 급진적인 무슬림을 증오한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현재 의회 경찰은 상황이 엄중하다고 판단하고 오마르 의원과 가족, 참모들에 대한 신변 보호에 나선 상태다. 그러나 당사자인 오마르는 물론, 펠로시 의장 등의 요구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해당 영상을 내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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