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몸사리는 데 익숙한 경제계..분위기 전환하려면

신규 투자 등에 인색한 최근 분위기
기업 부담 강조하는 정책 탓이 커
  • 등록 2019-05-15 오전 7:00:00

    수정 2019-05-16 오전 11:03:44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요즘 같은 때 바짝 엎드려야죠.”

대기업 A관계자에게 하반기 사업계획을 묻자 되돌아 온 답변이다. 의례적인 질문을 던졌지만 분위기가 순간 가라앉았다. 녹록지 않은 대외환경에 따른 실적 부진 등으로 누적된 피로도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아침 저녁으로 봄 기운이 완연한 요즘이지만 기업들은 실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기업들이 체감하는 온도는 여전히 차갑다. 실적으로도 이미 확인되고 있다. 공시된 상장사들의 1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대비 40%가까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를 이끄는 양대 축인 제조업·전자 등이 동시에 부진한 탓이 크다.

일각에선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대한 대기업의 관심이 시큰둥한 이유를 이같이 해석하기도 한다. 아시아나 항공은 최근 매각을 결정하며 인수합병 시장의 대어로 떠오른 바 있다. 국내 굴지의 항공사이자 여행수요 급증 등을 고려하면 기존 산업과 시너지가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강력한 인수후보로 주목받았던 SK·한화·롯데 등은 ‘인수의사가 없다’며 발을 뺀 상태다. 국민공모주 얘기까지 나온다. 표면적으로는 아시아나 부채규모로 인한 부담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일단 몸을 사리고 보자’는 보수적인 경영 전략이 수년째 반복되다보니 좀처럼 화력이 생기지 않고 있다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기업에 부과하는 책임수준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둔 정부 정책도 아쉽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나 작년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등이 대표적이다. 기존 규정들과 ‘중복 규정’이라는 우려와 속도조절을 당부하는 기업들이 읍소에도 정부 의지가 강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노동정책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지적도 빠지지 않는다. 최근 2년새 30% 오른 최저임금과 주52시간 근무 도입 등은 과도한 인건비 상승을 불러왔다. 여기에 통상임금 소송에 신의칙이 인정되지 않는 판결도 실적 악화에 신음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적지않은 부담으로 꼽힌다.

아이러니하게도 현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다. 일자리를 기업이 만드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이처럼 기업 부담이 겹치는 상황에 기업들이 신규 투자나 고용확충 등을 추진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현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일은 어쩌면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생산하라는 주문과 같은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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