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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청사 15층 1522호 조사실에서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8시 40분까지 약 11시간 10분 동안 양 전 원장에 대한 피의자 소환조사를 진행했다. 양 전 원장은 이후 3시간 넘게 본인의 신문조서 내용을 확인한 뒤 오후 11시 55분쯤 청사에서 나왔다. 굳은 표정의 양 전 원장은 ‘검찰 수사가 편견과 선입견에 따른 것으로 보는가’ 등 취재진 질문에 전혀 답하지 않고 대기 중인 차량을 타고 귀가했다.
앞서 양 전 원장은 이날 오전 9시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대국민 입장 표명을 한 뒤 차를 타고 이동해 10분 뒤쯤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했다. 그는 청사 앞에 마련된 포토라인을 그대로 지나치며 취재진 질의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채 청사에 들어갔다.
양 전 원장은 먼저 한동훈(45·27기) 3차장 검사와 차를 마신 뒤 오전 9시 30분부터 조사에 임했다. 조사실에는 양 전 원장이 대동한 법무법인 로고스 소속의 최정숙(52·23기) 변호사 등 2명이 함께 했다.
첫번째 조사자인 특수1부 소속 박주성(41·사법연수원 32기) 부부장 검사는 오후 4시까지 양 전 원장을 상대로 일제 강제징용자 손해배상소송 개입 의혹에 대해 추궁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같은 부의 단성한(45·32기) 부부장 검사는 법관 사찰 및 인사불이익 의혹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전직 대법원장 예우 차원에서 ‘원장님’ 호칭을 사용했다.
양 전 원장은 조사 중간에 외부에서 배달된 도시락으로 점심과 저녁식사를 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원장은 이날 조사에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고 한다. 양 전 원장은 개별적 질문에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답했고 사실관계가 분명한 사안에 대해선 ‘하급자가 알아서 했다’는 취지로 대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 혐의나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앞서 박병대(62)·고영한(64)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도 검찰 조사에서 ‘하급자가 알아서 했다’ 등 취지로 자신의 책임을 부인하는 진술로 일관했다.
양 전 원장은 이미 혐의부인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는 오전 9시쯤 검찰청사 도착 전 대법원 앞에서 ‘부당한 인사개입이나 재판개입이 없었다는 입장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그건 변함없는 사실이다”며 거듭 의혹을 부인했다.
양 전 원장은 검찰 질문에 답변을 아예 하지 않는 등 진술거부권은 행사하지 않았다. 다만 명확한 반박 증거 없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하급자에게 책임을 전가한 것은 사실상 진술거부 입장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양 전 원장에 대해 40개가 넘는 범죄 혐의를 포착한 상태다. 검찰은 양 전 원장이 임종헌(60·구속기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및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과 공모 관계를 이뤄 법원행정처의 사법농단 행위를 보고받거나 직·간접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양 전 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소송 결과 뒤집기 시도 △비판적 성향 법관 사찰 및 인사불이익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소송 개입 △헌법재판소 및 검찰 내부자료 유출 △3억원대 대법원 비자금 조성 등 의혹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양 전 원장이 조사 첫날 혐의를 완강히 부인함에 따라 다른 혐의를 인정할 가능성도 희박해 보인다. 검찰은 그의 주요 혐의를 입증할 물증과 진술을 대거 확보했다고 자신하고 있다.
검찰은 오늘 조사를 마치고 이르면 이번 주말 다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다만 추가조사는 비공개로 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가급적 신속히 마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