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제 약한고리 ‘페그제’…외환시장發 경제위기 우려

격화되는 홍콩시위…경제 불안 시나리오는
외국인 자본유출에 홍콩 달러화 폭락하면
홍콩 외환보유고 털어 방어할 수밖에 없어
문제는 외환보유고 모자랄 때…대안 부족
  • 등록 2019-08-20 오전 1:09:27

    수정 2019-08-20 오전 1:09:27

18일 홍콩 빅토리아공원에 대규모 시위대가 모였다.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는 11주째 이어지고 있다. 사진=AFP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반대하는 집회가 11주 연속 이어지면서 홍콩발(發) 리스크가 글로벌 경제불안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특히 홍콩의 독특한 환율제도인 ‘페그제’(고정환율제)로 인해 외환분야가 홍콩 금융시장 혼란을 불러오는 방아쇠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외화안전판인 홍콩의 외환보유고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홍콩 경제 약한고리 ‘페그제’

홍콩경제 붕괴 시나리오 중 하나가 홍콩달러화가 급락해 페그제가 갑작스레 폐지되거나 홍콩달러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하면서 홍콩 금융시장이 마비되는 것이다.

시나리오의 시작은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이다. 격화되는 홍콩 시위에 불안감을 느낀 외국 자본이 홍콩을 빠져나가자 홍콩외환시장에서 미국달러화 가치가 상승하고, 미국달러·홍콩달러 환율도 상승(홍콩달러 가치 하락)하는 것이다. 이같은 조짐은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홍콩 외환당국이 페그제를 채택하고 있다. 홍콩의 중앙은행격인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미국달러·홍콩달러 환율을 1미국달러당 7.75홍콩달러에서 7.85홍콩달러 범위에서 유지한다.

환율이 1미국달러당 7.85홍콩달러 이상 상승하는(홍콩달러 가치 하락) 것을 막기 위해 홍콩 당국이 일차적으로 취할 조치는 당국이 쌓아둔 외환보유고를 헐어 홍콩외환시장에 미국달러화를 푸는 것이다. 달러 공급이 늘어나면 당연히 미국달러 가치를 낮아진다. 하지만 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외환보유고를 환율방어에 계속해서 쏟아부을 수는 없다.

이 때 홍콩 당국이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페그제를 폐지·완화하거나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이다.

두 방법 모두 홍콩 경제에 패닉을 불러올 수 있다. 페그제는 1983년부터 시작됐다. 이 제도는 홍콩이 아시아 금융허브로 발돋움하는 주춧돌이 됐다. 여타 아시아 신흥국과 달리 환율이 안정돼 있어 외국인 자본이 들어오기 유리했다. 그만큼 홍콩이 기존의 페그제를 포기하는 것은 아시아 금융허브 지위에 금이 갈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한다는 뜻이다.

홍콩 기준금리를 인상해 통화를 흡수하는 방법을 선택하더라도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에 여타 주요국 중앙은행이 너도나도 금리를 인하하는 와중이다. HKMA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따라 지난 1일 기준금리를 기존 2.75%에서 2.50%로 인하했다.

이 와중에 HKMA가 ‘나홀로’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는 것은 그만큼 홍콩 경제가 버티기 힘든 임계치까지 몰렸다는 방증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홍콩시장에 더욱 불안감을 느끼고 자본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 이 경우 환율이 다시 오르고 기준금리를 더욱 가파르게 인상해야 하는 악순환이 생긴다.

홍콩 경제 혼란시 중국·세계경제도 타격

홍콩 경제가 불안해지면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중국 경제도 덩달아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에 중국 경기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전세계가 신음하고 있는 상황에서 홍콩발 불안이 중국을 거쳐 전세계로 확산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홍콩 상황은 시나리오상의 두 번째 단계까지 와 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홍콩외환시장에서 미국달러·홍콩달러 환율은 1미국달러당 7.8447홍콩달러 수준에서 거래됐다. 상한선인 7.85홍콩달러 턱밑까지 상승한 수치다.

아직 외환보유고가 여유 있다는 게 그나마 홍콩 경제에 대한 신뢰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달 말 홍콩 외환보유액은 4485억달러로 전년 동기(4319억달러) 대비 166억달러 더 늘었다. 하지만 언제든 외화안전판에 균열이 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경고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4000억달러를 넘는 홍콩 외환보유고가 있어서 아직까지는 홍콩 외환시장에 큰 위험은 없다”면서도 “홍콩 사태가 격화하고 중국 본토에서 무력개입까지 한다면 홍콩 외환당국이 더 이상 손쓰기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전문위원은 “홍콩 외환시장이 흔들리면 중국 경제도 직격탄을 맞고, 한국 등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료=마켓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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