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국회 발목잡힌 경제]여야, 이견 없는 법도 방치

청년·소상공인기본법 등 정치에 이용만
경제활성화 18개법 中 본회의 통과 0건
與는 협치 포기 野는 정쟁에만 매달려
  • 등록 2019-09-23 오전 5:01:23

    수정 2019-09-23 오전 8:10:35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겨레 박철근 기자] 지난 1980년대 자동차 부품회사를 창업한 김모(72) 대표는 최근 한국M&A(인수·합병)거래소에 회사 지분 100% 매각을 의뢰했다. 이 회사는 연매출 150억원대의 견실한 중소기업이지만 40억원 상당의 상속세 때문에 기업승계가 어려워져서다. 국회에 오랫동안 한 우물을 파면서 전문성을 보유한 기업의 승계를 지원하기 위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돼 있지만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일 소상공인들이 국회에 모였다. 이들은 “소상공인기본법 제정은 생존권을 위협받는 700만 소상공인들의 염원이자 절규”라며 “정기국회 민생법안 1호로 소상공인기본법을 처리하자”고 호소했다. 소상공인기본법은 소상공인의 법적지위를 명확히 하고 이들에 대한 보호, 지원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명시한 법이다. 앞서 여야 5당 대표는 올 1월 7일 소상공인연합회 신년하례식에서 이 법의 제정을 약속했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청년·경제·민생 등 정치권이 입으로만 외치는 단어다. 공개석상에서의 약속도 공염불이다. 여야는 ‘중점 처리 법안’이라는 딱지를 붙여가며 관련 법안 처리를 강조하지만 막상 해당 법안은 관련 상임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해관계자간 입장 차이 등 쟁점이 있는 법안은 그렇다치더라도 심지어 여야간 이견이 없는 법안 처리도 지지부진하다. 민생과 경제를 위한 법안 처리보다는 총선을 앞두고 당리당략을 앞세운 정쟁에 골몰해 있어서다.

여야 모두 ‘중점처리법’이라더니…처리는 외면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밝힌 중점 처리 법안은 일본수출규제 대응·경제활력·소상공인 대책·청년·교육 법안 등이다. 자유한국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부담경감·기업 활성화·소상공인 지원·청년 법안 등이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양측이 중점처리 대상으로 지정한 법안도 별다른 논의 없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야는 지난해 국회 청년미래특별위원회를 만들고 합의안을 마련, 그해 5월 청년기본법을 발의했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도 청년들의 소득·주거·부채·교육 문제를 다루기 위해 조례를 완비했다. 지난 2월 이미 준비가 끝났지만 조례가 언제 시행될 지는 알 수 없다. 조례를 뒷받침할 법적 근거인 청년기본법을 국회가 처리하지 않아서다.

소상공인기본법도 마찬가지다. 여야는 소상공인업계를 찾을 때마다 이 법을 처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현행법상 소상공인은 중소기업의 하위 단위다. 별도로 지위를 규정해 지원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중소기업 대다수가 제조업체인 반면 소상공인은 숙박·음식점 등 도·소매업 비중이 높다.

경제를 살리겠다며 앞다퉈 발의한 기업 관련 법 역시 국회에 묶여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0대 국회 들어 14번 국회를 찾아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법안 통과를 호소했지만 소용없었다. 박 회장이 전달한 8개 분야(개인간(P2P) 금융·핀테크·빅데이터·의료산업·서비스산업 ·최저임금·탄력근로제·일본 수출규제 대응) 분야 18개 법 가운데 P2P금융 관련 5개 법안이 국회 정무위를 통과했을 뿐 나머지는 상임위 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특히 경제계 숙원 법안은 대부분 4차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규제를 푸는 내용으로 정부·여당도 입법 의지가 강하다. 근로기준법·서비스산업발전법·조세특례제한법 등은 한국당이 지난 7월 밝힌 중점 처리 법안이기도 하다.

협치 포기한 與, 정쟁만 매달리는 野

정치권은 일본 수출 규제에 초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관련 법안 2건도 감감무소식이다. 올해 들어 여야가 뜻을 모아 처리한 법은 지난 3월 미세먼지 대응법 정도가 전부다. 이마저도 비쟁점 법안만 처리했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처리하겠다고 약속한 법조차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점에 대해 여야 모두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법안 추진의 책임이 있는 여당은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정국에서 한국당 등 야당과 극한 대치를 이어가며 협치 가능성을 낮췄다.

20대 국회 마지막인 9월 정기국회를 ‘조국 인사청문회 시즌2’로 만들겠다며 정쟁에만 몰두하는 야당도 마찬가지다. 한국당은 조국 파면을 요구하며 삭발과 단식까지 벌이고 있다. 반면 연일 정부의 정책 전반을 비판하며 경제와 민생이 파탄났다고 공격했지만 경제 활성화 법안을 통과시켜달라며 삭발에 나선 적은 없었다.

여당인 민주당은 법안 처리를 요구하고 야당인 한국당은 이를 저지하려는 모양새지만 과거 정권에선 공수만 바꿔 옥신각신했었기 때문에 추진 동력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격의료의 경우 민주당이 야당 시절에는 반대한 법안이었다.

최근 전국상의회장단 회의에 참석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20대 내내 국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고, 올해 들어서는 국회 상황이 더더욱 나빠졌다”며 “최근 경제현안에 대한 논의는 거의 실종상태다. 경제는 정치를 살릴 수 없지만 정치는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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