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듯 진행, 해명할 새도 없이 '비적정'…"상시감사로 부담 줄여야"

新외감법 체계 이해관계 의견 상충…감사 포비아 번져
원칙중심 회계기준에 고충…선의의 투자자 피해도 우려
상장폐지 유예, 감독지침 마련 등 금융당국도 대책 마련
  • 등록 2019-03-25 오전 5:30:05

    수정 2019-03-25 오전 5:30:05

[이데일리 이명철 이슬기 기자] 회계감사 기준이 한층 강화되면서 감사의견 ‘비적정(한정·부적정·의견거절)’은 물론 감사보고서 제출 시한을 넘기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감사의견 ‘비적정’을 받는다고 해도 당장 상장폐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재무구조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투자자들의 매물공세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원칙중심 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려면 기업과 감사인이 긴밀한 소통을 하고 결산시즌 감사업무 쏠림을 줄이는 등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깐깐해진 회계법인, 감사의견 ‘비적정’ 벌써 22곳

24일 현재 유가증권 상장사 중 신한(005450)은 감사의견 ‘의견거절’을 받았고 아시아나항공(020560) 금호산업(002990) 폴루스바이오팜(007630) 세 곳은 ‘감사범위 제한으로 인한 감사의견 한정’ 꼬리표를 달게 됐다.

이중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의 감사의견 한정에 따른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감사의견 ‘한정’으로 아시아나항공의 회계 신뢰성에 의문이 생기고 있다며 일제히 아시아나항공 신용등급을 등급하향 검토대상에 올렸다. 현재 ‘BBB-’로 투자적격 최하단에 위치한 신용등급이 한단계 강등될 경우 1조원 수준인 자산유동화증권(ABS)의 조기상환 트리거가 작동해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코스닥 상장사 중에선 18곳 중 케어젠(214370) 지와이커머스(111820) EMW(079190) KD건설(044180) 등 16곳이 ‘의견거절’ 통보를 받았다. 셀바스헬스케어(208370)영신금속(007530) 등 두곳은 감사의견 ‘한정’을 받았다.

제출 시한을 넘기고도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한 상장사도 적지 않아 문제다. 제출을 미루는 기업의 경우 감사의견을 두고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외부감사법에 따르면 감사보고서 제출기한은 주주총회 1주일 전이다. 12월 결산법인은 이달말까지 주주총회를 마쳐야 한다. 12월 결산 상장법인들은 늦어도 지난 22일까진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했다.

22일 기준 감사보고서 제출 시한을 넘긴 상장사는 총 49개다. 유가증권시장은 웅진(016880) NICE(034310) JW홀딩스(096760) 에스엘(005850) 등 12곳, 코스닥시장은 경남제약(053950) 차바이오텍(085660) 퓨전데이타(195440) 청담러닝(096240) 등 37곳이 감사보고서를 내지 못했다.

◇ “기업·감사인 소통…회계 불확실성 최소화”

증시 전반에 ‘감사 포비아’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회계감사의 이해관계자인 기업, 감사인, 감독기관간 의사소통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회계처리에서 기업의 자율성을 존중한 원칙중심 회계기준 환경에서 이견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한 만큼 의견을 조율해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한국회계학회가 원칙중심 회계기준 세미나를 통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 회계담당자는 물론 회계법인 감사인들도 구체적인 지침이 없는 회계기준의 해석과 적용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재무제표 처리 역량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지만 감사인, 감독기관의 협져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승임 삼정회계법인 상무는 “회계기준원, 금융감독원, 회계법인·기업간 정기 간담회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공유하고 이슈를 파악해야 한다”며 “교육적 차원에서 질의회신 제도를 정착하고 감리 과정에서도 근거를 경영진의 유의적인 판단을 지원·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금융당국의 태도 변화는 이런 점에서 긍정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기업들이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아도 재감사 없이 상장폐지를 1년 유예하도록 상장규정을 개정했다. 당장 상장폐지 리스크를 줄인 것이다. 또 제약·바이오기업의 개발비와 지분가치 공정평가 등 회계처리 과정에서 혼선을 겪는 사항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인 감독지침을 제공하기도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다음달부터 사전 예방 성격의 재무제표 심사 제도를 시행하는 등 금융당국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기업들이 먼저 어려움을 말해서 회계처리 과정에서 의견을 조율하는 분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연중감사 정착 위한 분기 감사보고서 거론

매년 1분기마다 발생하는 감사 쏠림 문제도 감사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 중 하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230여개인 상장사 중 12월 결산법인은 약 2190개로 98%가 넘는다. 대부분 기업들의 연간 재무제표 감사가 비슷한 시기에 이뤄지다보니 한정된 수의 회계법인 감사 업무 부담이 크게 늘고 이는 감사의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마다 같은날 수백곳의 일정이 겹치는 ‘슈퍼 주총데이’ 문제도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 꼽히고 있다.

한 상장사 단체 관계자는 “12월 결산법인이 몰리는데 감사인들은 대기업 위주로 감사를 시작해 중소기업은 뒷순위로 밀리면서 상대적으로 감사 시간이 짧아지게 된다”며 “감사를 받는 기간이 촉박해 충분히 해명할 수 있는 사항들이 감사의견 비적정 사유로 지목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충분한 감사 시간이 주어지면 감사인과의 의견 조율이 수월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결산시기를 분산하는 것이 힘들다면 결산 시즌 재무제표 작성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현재 내고 있는 반기와 연간 감사보고서에서 더 나아가 분기별 감사보고서는 현재 연중 감사제도를 정착할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한 대형회계법인 임원은 “표준감사시간 도입으로 감사시간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감사 업무 쏠림은 큰 문제”라며 “궁극적으로는 회계사가 기업에 상주하는 연중감사가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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