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아마추어 같은 프로의 함정

  • 등록 2019-04-16 오전 5:00:00

    수정 2019-04-16 오전 5:00:00

[신세철 경제칼럼니스트·전 금융감독원 조사연구 국장] 많은 사람들의 근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득주도성장’에 진력하던 전직 고관이 얼마 전 자신은 이상주의자라며 “나는 계속해서 철없이 무지개를 좇는 소년으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언뜻 부럽기도 했지만 사인과 공인의 차이,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는 무엇인지 고민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사인은 무지개를 꿈꾸든 신기루를 탐구하든 마음대로지만, 공인이 현실을 무시하다가는 조직과 사회를 어지럽고 피곤하게 만든다. 아마추어는 취미와 건강을 위해서 뛰지만, 프로는 자신보다 관객을 위해 기량을 펼쳐야 비로소 존재 가치가 있다. 관중을 무시하는 프로 선수는 밥 먹고 살기 힘들어야 정상이다.

어느 야구감독은 한 경기에 투수 열댓 명을 교체해가며 밤이 깊도록 승부에 집착하다 관중까지 피로하게 만들었다. 바둑에서도 승산 없는 게임을 물고 늘어지기보다 돌 거둘 때를 아는 품격 있는 기사를 응원하고 싶다. 방탄소년단의 그칠 줄 모르는 인기비결은 꿈속이 아닌 실제 상황을 가사로 만들어 팬들에게 다가가는 진정어린 소통이라고 한다. 관중을 염두에 두어야 비로소 프로페셔널 정신이 있다는 이야기다.

자만에 빠진 아마추어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무엇인가. 얕은 지식으로 저만 옳다는 인사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면 혼자 나아가려는 독선(獨善)에 빠진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자가 큰 힘을 거머쥐면 불완전 논리로 자신의 의견만 옳다는 독단(獨斷)에 빠지기 쉽다. 오만과 편견으로 찌든 인사가 힘을 얻으면 몰라도 배우려 하지 않고 그냥 독주(獨走)하려 든다. 물론 독선·독단·독주는 심리병리현상인 확증편향 현상의 하나로 서로 사촌지간이다.

관객은 승부에 박수를 보내지만 짧은 순간이고 사실은 ‘페어 플레이어’에게 더 오랫동안 깊은 애정을 갖는다. 사인이 아닌 공인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 뜻대로 통계를 덧칠하려 한다면 그 사회는 잘잘못을 가리기 어렵게 된다. 무슨 일을 하든지 대중을 존중하는 프로페셔널 본연의 자세를 지키지 않으면 사회는 어지러워지고 파란이 인다.

만약, 환자가 의사를 위해서 존재한다고 오판하는 돌팔이는 병을 고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킨다. 신도들이 목사를 위해 존재한다고 착각하는 사이비 목자는 거짓 복음으로 신도들을 농락하려들 게다. 세상이 자신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혼동하는 임금님이 자신도 망치고 나라도 망치는 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반복되어 왔다.

무릇 모든 일을 추진함에 있어서는 ‘관중의 입장’에서 기회비용을 따져봐야 한다. 부분적으로 옳을지라도 전체적으로는 틀리는 구성의 오류를 경계해야 한다. 예컨대, 초겨울 이상기온으로 진달래가 어쩌다 피었다고 해서 “봄이 왔다”고 지레짐작하다가는 겨우살이를 준비하지 못한다. 프로 행세를 하려는 아마추어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바로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다.

‘선한 동기’의 소득주도성장이 이상향으로 가는 길일지는 모른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의 괴리로 말미암아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검토해보아야 했다. 더구나 경기하강 국면에서 소시민, 소상공인을 절망에 이르게 할지도 모를 시뮬레이션을 해 봤어야 했다. 기회비용이 너무 클 때에는 빨리 개선하여 시행착오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여야 한다.

진정한 프로가 되려면 사회적 책임의식부터 가져야 한다. 우두머리와 지도자는 아마추어와 프로처럼 근본부터 다르다. 우두머리는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고 자신과 추종자들만 챙기려다 자신도 망치고 조직과 사회도 다 망친다. 지도자는 프로 정신으로 조직과 사회를 우선 생각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큰 업적을 남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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