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이명(耳鳴)증

  • 등록 2019-09-23 오전 5:02:00

    수정 2019-09-23 오전 8:21:41

[이데일리 최은영 소비자생활부장]“‘삐…’ ‘웅~~’, 심하면 귀뚜라미에 매미 소리까지 들려요.”

최근 식사자리에서 만난 지인 분들의 이야기다. 공교롭게도 한 사람은 왼쪽 귀에, 다른 한 사람은 오른쪽 귀에 탈이 났다.

이명. 외부 자극이 없는데도 귀나 머릿속에서 ‘윙’ ‘삐’와 같은 소리가 잇달아 들리는 병적인 상태를 말한다. 기계가 고장이 나면 순간 열을 뿜으며 굉음을 내듯이 사람이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귀가 뜨거워지며 들리지않아야 할 소리가 들리는 병이라고 한다.

‘조국 사태’로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한 달하고도 보름째 계속되고 있는 잡음에 온 국민이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 임명 전 포털사이트를 뜨겁게 달군 ‘조국 힘내세요’, ‘조국 사퇴하세요’ 실시간 검색어 대결이 정확히 두동강 난 대한민국의 현실을 바로 보여준다.

반으로 나뉜 국민여론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확인된다. 조국 지지세력과 반 조국 세력으로 나뉘어 상대방을 헐뜯고 모함하기에 바쁘다.

특이한 것은 좌든, 우든 댓글에서 반대 의견은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정의와 공평 등의 보편적인 가치가 내편, 네 편에 따라 180도 달라진다. 자신의 사상과 다른 관점의 기사가 올라오면 그건 곧 ‘가짜뉴스’요, 해당 글을 쓴 기자와 매체는 ‘기레기’에 ‘적폐언론’이 되고 만다. 보기 싫은 글이 올라오면 가차 없이 차단해 버린다. 같은 현상(어쩌면 보고 싶은 것만)을 보되 한쪽 귀로만 듣고, 쓰고, 말하는 식이다. 한쪽 귀만 열어두고 있으니 확증편향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조 장관 임명 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마스크를 쓰고 ‘조국 퇴진’ 시위에 나선 학생들을 가리켜 “조국 욕한다고 해서, 대통령 비난한다고 해서 누가 불이익을 줘요? 그런데 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들 집회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 말이 섬뜩했던 이유는 ‘복면 금지법’을 반대해온 기존 입장을 스스로 뒤집어서가 아니다. 이번 조국 사태로 보수도, 진보도 아니었던 순수한 일반 사람들이 ‘촛불로 세운 이 정부도 이전 정부와 다를 바 없다’, ‘반대편에 섰다간 불이익을 줄 지 모른다’고 의심하게 됐음을 조금도 헤아리지 못해서다.

이쯤 되면 ‘도대체 조국이 뭐기에…’ 소리가 절로 나온다. 대한민국에 시급한 현안이 ‘검찰 개혁’뿐이던가, 전에 없던 화병이 생길 지경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부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요즘 우리 경제는 버려지고 잊힌 자식같다”며 “경제 이슈를 놓고 제대로 논의를 해 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고 쓴 소리를 했다. 조 장관을 사이에 두고 정쟁에만 몰두하는 정치권을 작심 비판한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최근 미국 워싱턴 SK하이닉스 지사에서 열린 ‘SK의 밤’ 행사에서 “SK 회장을 한 지도 20년이 됐는데 이런 지정학적 위기는 처음”이라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렇게까지 비즈니스를 흔든 적이 없었다”고 한일 외교 갈등 등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을 우려했다.

이명(耳鳴)을 한자 뜻 그대로 풀어보면 ‘귀가 운다’이다. 이명을 앓는 사람들은 이 병에 대해 “마음의 병”이라고 말한다. 귀가 울고 있다. 언제까지 반목만을 반복할 텐가. 우리는 이미 나라가 두동강난 아픔이 있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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