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온 편지] 107. 긱 이코노미에 로봇까지…불안한 노동자들

  • 등록 2018-12-06 오전 6:00:00

    수정 2018-12-06 오전 6:00:00

레스토랑 ‘스파이스월드’의 로봇 웨이터(출처=가디언)
선진 자본주의 국가 가운데 고용이 비교적 유연한 영국에서도 긱(Gig) 이코노미(단기 계약직 일자리가 늘어나는 경제 형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우버 택시 운전, 딜리버리루 배달 등 단기 계약직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실업률을 낮추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고용의 질과 임금 상승률을 억제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앤디 홀데인 영국중앙은행(BOE)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무역 관련 기업가 그룹과 노동조합 등이 모인 행사에서 “영국 전체적으로 임금 상승률이 오르기 시작했지만, 불안정하고 고용의 질이 나쁜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최근 몇 년의 임금 상승은 매우 빈약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비록 ‘0시간 계약’(zero hours contract: 일이 많을 때는 긴 시간 일하고, 일이 없을 때는 1시간도 일이 보장 안 되는 단기 계약 형태)에 종사하는 일부 사람들은 일이 주는 유연성을 선호하지만, 유연성은 소득 불안정과 일자리 불안정이라는 어두운 부분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일자리가 불안정한 것은 결국 노동자의 임금 협상 능력을 약화시키면서 임금 상승을 억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영국의 실업률은 지난 1970년 이후 최저치를 보이고 있지만, 임금상승률은 상당히 더딥니다. 통상 실업률이 낮으면 일을 구하려는 사람이 없어 기업들이 더 많은 돈을 줘야 인력을 고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임금상승, 물가상승을 야기한다고 유명한 경제학 이론인 ‘필립스 곡선’ 등은 설명하고 있지만, 영국의 상황은 이 이론을 빗나가고 있는 것이죠.

홀데인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나타났던 일자리 부족은 현재 줄어들고 있지만 유연한 계약 형태의 불안정한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0시간 계약’의 일을 가진 사람은 20만 명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100만 명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됩니다. 정규직과 비교해 이들의 임금상승률도 더뎠습니다.

앞서 니카일 다타 등 영국 노동시장 이코노미스트들이 ‘0시간 계약’직 2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들 가운데 44% 정도가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지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연성을 선호해 0시간 계약을 맺은 사람은 28%에 불과했죠.

응답자의 30%는 일자리 기회가 적어 0시간 계약직으로 일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결국, 이번 조사 결과는 일이 주는 유연성 때문에 0시간 계약직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지만, 양질의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0시간 계약으로 내몰리는 사람도 많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또한 영국 내 ‘0시간 계약’과 최저임금의 상관관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최저임금이 오를수록 기업들이 비용 상승 부분을 억제하기 위해 0시간 계약직을 늘린다는 것입니다. 특히 홈케어, 서비스 업종, 청소 및 유지 관리 업종 등 전통적으로 저임금 일자리에서 최저임금 상승과 0시간 계약직 증가의 상관관계가 두드러졌습니다.

현재 영국에서 25세 이상 노동자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올 초 한 차례 인상해 7.83파운드입니다. 지난 2012년에는 시간당 6.19파운드에서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0시간 계약자들의 대부분이 최저임금 수준이나 약간 높은 수준으로 임금을 받는 것으로 조사했습니다. 그러면서 “임금 수준도 낮고 일하는 시간도 보장되지 않으면 소득에 대한 불안이 심각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긱 이코노미 시대 불안정한 저숙련 저임금 일자리는 설상가상으로 인공지능 및 로봇 등 기술의 대체 위험에도 노출돼 있습니다.

미국 유통업체 아마존은 올 초 시애틀에 계산원이 없는 상점을 선보였습니다. 소비자가 상점의 물건을 집으면 센서가 가격을 측정해 휴대폰 결제시스템을 이용해 계산한 뒤 소비자가 상점을 빠져나가면 휴대폰으로 영수증을 보내주는 식이죠.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계산대에서 기다릴 필요없이 물건을 사고 나가서 시간절약 등의 이점을 누리지만 원래는 계산원이 해야 할 일을 기술이 대체하면서 저숙련 일자리는 줄어들게 된 것이죠. 점원 없는 매장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로봇 자동화 시대는 빠르게 도래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숙련, 저임금 일자리가 이로 인한 대체 위험에 노출돼 있죠. 자율주행차 기술 진보 등으로 조만간 트럭 운전도 기계가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은행원, 기자, 변호사, 방사선전문의 등도 기계가 대체할 수 있는 직업군으로 거론됩니다.

국제통화기금은 5월 보고서에서 “현재의 기술 혁명은 인간만이 할 수 있었던 일들을 기계가 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뿐만 아니라 인간보다 더욱 빨리, 더욱 저렴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기술 혁명과는 차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기계 때문에 생산성을 올라가겠지만, 사람들의 임금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즉 로봇의 소유자들은 돈을 많이 벌고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가져가는 몫이 줄어든다는 것이지요. IMF는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자동화는 경제성장에는 좋지만, 불평등 개선하는 데는 좋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긱 이코노미, 로봇의 시대에 사람이 살아남는 방안으로 이전의 산업혁명 때마다 그랬듯 새로운 기술 도래 시기에 걸맞은 노동자에 대한 재교육 및 투자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올 초 다보스포럼에서도 로봇의 시대 인간이 도태되지 않게 하려면 정부가 직원의 재교육 등에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 인센티브 주는 방안 등이 거론되기도 했지요. 또한, 기술과 기계로 인해 증가한 생산성과 늘어난 부를 기계로 때문에 도태된 사람들과 지역사회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공유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습니다.

소셜 댓글by LiveRe

많이 본 뉴스

이데일리

  •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
  •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발행인 곽재선 I 편집인 김형철
  •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