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에게 묻다]②K-POP이 성공한 이유…"정부 무관심 덕분"

<1>장용성 서울대학교 경제학 교수 인터뷰
짜장면 먹고 싶은데 정부는 짬뽕을 사준다?
"돈 받아 짜장면 사먹는게 더 효율적"
"정부 돈=결국은 내돈…GDP 올리는 게 정답은 아냐"
"K-POP, 세계 최고 이유는 온전히 시장에 맡긴 덕분"
  • 등록 2019-02-07 오전 5:00:00

    수정 2019-02-07 오후 12:29:09

[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장용성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좋은 질문에는 본질을 건드리는 힘이 있습니다. 이데일리는 연중기획으로 <경제학자에게 묻다>를 연재합니다. 경제학자의 시선으로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바라보려 합니다. 때로는 도발적인 질문도 던지겠습니다. 한국 경제가 나갈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방성훈 안승찬 기자] “정부가 세금을 거둬 보도블럭을 새로 깔아주는 게 좋은가? 아니면 세금을 덜 내고 그 돈으로 애들 학원을 보내는 게 좋은가?”

장용성 서울대 경제학 교수가 먼저 물었다. 그는 “정부는 산타클로스가 아니다”라고 했다.

- 정부는 산타클로스가 아니라는 게 무슨 뜻인지.

△정부도 돈을 어디선가 가져와야 한다. 재원조달 방법은 세 가지다. 우선 세금, 두 번째는 국채발행, 그런데 국채발행은 미래의 세금이다. 자식들한테 돈을 빌리는 것이다. 정부도 파산하지 않는 이상 갚아야 한다. 마지막은 돈을 찍는 것. 근데 이게 또 공짜가 아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현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돈의 가치가 그만큼 떨어진다. 소위 인플레이션 택스(주조수입, Seigniorage)다.

정부에게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하는데, 결국 다 우리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다. 아이들은 산타클로스가 공짜로 선물을 주는 존재로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산타는 아빠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산타가 아니다.

- 대부분은 경기 부양을 위해 쓰지 않는가.

△경기부양책이란 게 결국엔 정부가 국내총생산(GDP)을 올리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GDP가 올라간다고 항상 좋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정부가 마음 먹고 GDP를 올리려 한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멀쩡한’ 보도블럭 갈아 엎으면 된다. 세금으로 말이다. 내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다.

과연 그렇게 해서 GDP를 올리는 게 좋은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는 너무 GDP에 매몰돼 있다. GDP 2%, 3% 맞추려고 애쓰는데, 세금으로 거둬들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가 더 중요하다. 차라리 이걸 내가 쓰고 싶은데 쓸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소득 측면에서만 보면 GDP 상승이 좋아보이겠지만, 돈 쓰는 소비의 질(質)도 생각해야 한다. 보도블럭이 새 것이 되면 물론 좋다. 하지만 아이들 학원비로 쓰고 싶은 돈으로 그렇게 한다면 싫다.

- 감세로 가자는 것인가.

△나는 짜장면을 좋아하는데 누가 자꾸 짬뽕만 사준다. 공짜니까 먹긴 한다. 하지만 돈으로 주면 짜장면을 사먹을 수 있다. 감세로 가면 내가 쓰고 싶은데 내가 쓰는 것이고, 증세로 가면 정부가 세금으로 거둬서 대신 쓰는 것이다. 공무원이 쓰는 게 좋은지 내가 쓰는 게 좋은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감세를 했는데 소비가 없다? 왜 그런지 살펴봐야 한다. 간단하다. 쓰기 싫어서다. 주로 미래가 불확실해서다. 그래서 모아두려고 하는데 자꾸 쓰라고 하면 좋겠는가. 또는 대신 써주겠다면 좋겠는가.

- 케인즈 학파에선 돈을 풀어 수요를 창출하는 게 정부 역할이라는데.

△아무리 시장에 맡기고 정부 개입을 줄이자고 해도 분명 정부의 기능과 역할은 있다. 예를 들어 시장에 돈이 돌지 않는데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면, 정부가 나서줘야 한다. 정부의 마중물 효과가 나에게 이득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그 때문에 내가 쓰고 싶은 것을, 또는 모아두고 싶은 돈을 포기할 것인가. 정부 역할을 늘리는 건 좋은데 한 번 늘어난 걸 줄이기 쉽지 않은 것도 문제다. 세상에서 제일 일자리 쉽게 늘리는 건 정부 일자리, 공무원 일자리 늘리는 것이다. 한 번 늘린 다음 줄일 수 있겠는가.

-결국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결론이다.

△그래서 시장한테 맡기자고 하는 것이다. 당사자가 해결해야 할 일이지, 우리가 옆에서 이래라 저래라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짜장면 먹고 싶은지 짬뽕 먹고 싶은지 우리가 어떻게 알겠는가. 결국 시장만큼 효율적인 게 없다는 뜻이다.

앞으로 어떤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올지 모르지만 인류 역사를 봐도 종교가 지배하는 사회, 왕이 지배하는 사회를 거쳤지만 현재까지는 시장이 지배하는 사회, 즉 자본주의가 가장 효율적이라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미국에 있을 때 누군가 한국 아이돌이 어떻게 세계 최고 수준이 될 수 있었는지 물었다. 한국에선 엔터테이너에 대해 소위 ‘딴따라’라는 인식이 있어서 정부가 개입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완전 자율 경쟁 시장이 됐고, 치열한 경쟁을 거쳐 지금의 K-POP 아이돌을 탄생시켰다고 했다.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긴 결과다.

- 시장이 결정하게 놔두면 불평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가.

△그건 당연하다. 근데 다 똑같이 만들면 북한이다. 결국 공정한 게임 문제로 다시 돌아간다. 공정한 룰 안에서 승자와 패자가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또 받아들일 수 있다. 대신 패자도 우리가 어루만져주고 같이 과실을 나눠먹을 수 있도록 재분배를 잘 해야 한다. 공정한 게임, 공정한 룰 안에서 경쟁이 이뤄지게 하면 된다. 대신 공정거래위원회 역할이 정말로 중요하다.

- 미국처럼 다 풀어준 뒤 잘못하면 나중에 세게 제재하고?

△그게 정말로 효율적인 방법이다. 우리가 무언가 새로운 걸 해보려고 하면 어느 분야든 선례가 없다는 얘기를 제일 먼저 한다. 학계도 마찬가지다. 그런 식이면 끝까지 새로운 건 해보지도 못한다. 과연 창조적인 사회가 될 수 있을까?

아무도 모르는 걸 미리 예상하고 규제하면 혁신이 이뤄지지 않는다. 18~19세기 미국에선 오대호와 뉴욕 허드슨강을 운하로 연결하는 대규모 건설사업이 실시됐다. 유럽 물자를 내륙까지 운반해 경제적 이득이 발생할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그런데 운하를 건설하는 도중에 철도가 등장해 엄청난 수익을 거뒀다. 이번엔 철길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자동차가 등장했다. 이처럼 기술발전 속도와 방향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시장은 미련 없이 더 나은 기술을 선택한다.

다 풀어주고 난 뒤 나쁜 짓을 하면 확실하게 혼을 내면 된다. ‘이것만 해라’라고 하면 새로운 걸 하지 못한다. 기업들도 우린 나쁜 짓 안할테니 우리가 잘못하면 과징금도 받고 집단소송도 받아들이겠다 하면 된다. 다만 원칙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공정위 역할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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