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역전세난, 갭투자자만 탓할 일인가

  • 등록 2019-02-20 오전 5:00:00

    수정 2019-02-20 오전 7:40:51

사진 뉴시스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경기부양 하려고 집값 올릴 땐 ‘빚내서 집사라’ 부추기더니, 이제는 무조건 집주인 책임이라네. 정부가 대출창구를 막아놓고 부동산 투자한 사람 망하기만을 기다리는 건가.”

지난 18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역전세는 집주인이 해결할 일”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 네티즌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 갭투자자들을 비난하는 여론도 높지만, 정부를 원망하는 목소리도 그 못지 않다.

전날 최 위원장은 “집주인들이 관행적으로 뒤에 들어오는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받아서 앞의 세입자에게 줬다가 이런 일(역전세난)이 생겼다”며 “과거에도 한 번 겪은 일로 집주인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를 끼고 무리하게 주택을 구입한 이른바 ‘갭투자자’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최 위원장의 말처럼 전세보증금 반환이 집주인의 몫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지만 상황이 더 악화되면 세입자들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계획했던 이사 날짜를 못 맞추고 집 주인과의 분쟁이 장기화되면 더 큰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서다. 정부가 지켜보기만 할 수 없는 이유다.

과연 ‘정부는 책임이 없는가’도 따져 볼 문제다. 부동산시장이 침체기를 겪던 2014~2016년 정부는 대대적 규제완화, 무주택자 대출 확대 등의 정책으로 경기부양에 나섰고, 이는 갭투자를 양성하는 결과를 낳았다. 당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성을 딴 이른바 ‘초이노믹스’는 일부 발 빠른 투자자에겐 시세차익을 얻는 큰 기회가 됐다. 동시에 2013년 말 1019조원이었던 가계 대출액이 작년 3분기 기준 1427조원으로 폭증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물론 투자는 개인의 선택이고 개인이 책임질 일이다. 하지만 일부 국민은 정부의 실패한 정책만을 믿고 투자를 했다 빠져 나오지 못하고 낭패를 봤다. 이에 대한 책임을 전 정부 탓으로, 집주인 탓으로만 돌리는 게 과연 맞는 것일까. 최 위원장도 2014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라는 고위직에 있었지만, 그 당시 ‘빚 내서 집 사라’식의 정책을 지적한 고위 관료는 한 명도 없었다. 현재 궁지에 몰린 집주인들도 국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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