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제로 지난해 실적이 악화된 기업들은 부쩍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이데일리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2035곳의 2017~2018사업연도 2개년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전년대비 실적이 악화되거나 적자를 낸 기업은 무려 1242곳(61%)에 달했다. 구체적으로는 영업이익이 감소한 기업 709개사, 적자 지속 기업 346개사, 적자 전환 기업 187개사 등이었다. 반면, 2017년엔 적자였다가 2018년 장사가 잘돼 흑자 전환한 기업은 133곳에 불과했다.
상장사 절반 이상이 실적 악화
적자 기업 면면을 보면 한국전력(015760), 현대중공업(009540), 현대로템(064350), 두산건설(011160) 등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굵직한 대기업들도 더러 있었지만, 코스닥 상장사 비중이 확연하게 높았다. 이들 중 상당수는 최저임금 인상 등 친노(親勞) 성향의 정부 정책이 수익성 악화에 직격탄이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코스닥 상장사의 한 CEO는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시간외 근무수당, 주말수당 등도 모두 인상돼 인건비 부담이 급증했다”라면서 “중소기업들의 경영 상황은 심각하다”고 전했다. 최저임금이 2년 연속 두 자릿수대의 가파른 인상률(16.4%ㆍ10.9%)을 기록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文정부 향해 쓴소리 내뱉기도
기업들은 사업보고서에서 단순히 ‘신세 한탄’만 하지 않았다. 실적 악화를 겪은 기업 등은 문재인정부를 향해 볼멘소리도 곧잘 내뱉었다. 섬유가공업체인 일화모직공업은 “주 52시간 근무제와 최저임금 인상정책이 용두사미로 마무리돼 정부는 처벌 유예기간을 연장했고, 2년 연속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률에 따른 보완책으로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개편하기로 했다”며 “이렇듯 불안정적이며 불확실한 상황에서 한 해를 더욱 어렵게 보내야 했다”고 꼬집었다.
물류업체 선광(003100)은 “다행스럽게 최근 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 단축과 같은 정책수단의 오류를 수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나, 증폭된 갈등과 불신으로 적절한 사회적 합의를 이룰지 걱정스럽다”고 강조했다. 코스닥 상장사인 신성델타테크(065350)는 “근로 정책 변경에 따른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은 보통의 기업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가혹한 조건이었다”고 평했다.
대외 변수보다 ‘정책 리스크’
보호무역주의 선봉에 선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의외로 적었다. 특히 트럼프가 사업보고서에서 언급되는 횟수는 △2016년 272회 △2017년 133회 △2018년 53건 등으로 매년 급격하게 줄어드는 추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언급도 2016년 8건, 2017년 5건, 2018년 9건 등으로 소수에 그쳐 ‘관심 밖’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