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기준금리 상승기 때 집값 어땠나

"금리 계속 오른다는 신호 보내면
대출 부담 커져 주택 매입자 줄 것"
기준 금리 주 목적은 경기 조절
상승 땐 경제활동 전반 위축 우려
  • 등록 2018-10-17 오전 4:30:00

    수정 2018-10-17 오전 4:30:00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2000년대 이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5차례 이상 지속적으로 올렸던 인상기에 부동산 가격은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예년보다 큰폭의 상승률을 나타내기도 했다. 경기 조절을 주목적으로 하는 한은의 통화정책이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연내 예상되는 기준금리 인상은 집값 하락을 담보하는 이벤트가 아니라는 의미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기준금리 올려도 집값은 올랐다… 경기 여건이 중요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는 작게는 5번, 크게는 2번의 금리 상승기를 겪었다. 1999년 4.75%이던 기준금리는 2000년 2월과 10월에 각각 0.25%포인트씩 올랐지만 다시 2001년까지는 4.00%까지 내려갔다. 2002년 5월 4.25%로 올린 뒤 1년간 4.25%로 유지되던 기준금리는 다시 3.25%까지 낮아졌다. 2000년대 초반에는 긴축보다는 완화 쪽에 무게가 실린 통화정책이 펼쳐진 셈이다.

그러던 기준금리가 2005년10월부터 인상으로 방향을 잡고 2008년 8월까지 3년간 꾸준히 올랐다. 8년여만에 최고치인 5.25%를 또다시 찍었다. 2005년 10월부터 2008년 8월까지가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가장 길게, 또 가장 높게 올랐던 때다.

그러나 호황 끝에 찾아온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은의 통화정책은 완화 기조로 빠르게 돌아섰고 기준금리는 2008년 10월부터 5개월만에 3%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위기 국면을 가까스로 회복한 2010년 7월이 되서야 기준금리는 2년만에 상승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1년새 5차례 인상이 이어졌다. 이때가 한은의 두번째 기준금리 인상기다.

이 기간 집값 상승률은 어땠을까? 2005년10월부터 약 3년간 이어진 1차 인상기에 집값 역시 큰폭으로 뛰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2005년 연간 기준 3.78% 올랐고 2006년에는 11.58% 뛰었다. 2007년과 2008년에도 5% 넘게 집값이 상승했다. 2004~2017년 14년간 연평균 전국 집값 변동률이 2.85%라는 점을 감안할 때 부동산시장 흐름은 단순히 기준금리의 오르내림에 좌우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다만 월별로 보면 기준금리 인상 직후 하락 전환하는 양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금리 인상 시작 전 2005년 2월부터 8개월 연속 상승하던 전국 집값은 10월 -0.01%, 11월 -0.02%로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를 보였다.

주택 유형별로 보면 금리 인상 초기에 아파트값은 상승폭이 둔화했고 연립·단독주택은 하락 전환했다. 그러나 2개월만에 연립·단독주택 매매가격도 다시 강세로 돌아섰고 이후 2008년 9월까지 34개월 연속 전국 주택 매매가 상승세가 이어졌다. 3년간 이어진 기준금리 상승기에도 전국 집값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집값 상승률은 2005년 5.65%, 2006년 18.86%, 2007년 9.81%, 2008년 9.56%로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같은 기간 지방은 2.46%, 2.04%, 0.61%, 1.93%로 전국 평균에 못미쳤지만 하락 전환하진 않았다.

2010년 7월부터 2011년 6월까지 2차 금리 인상 기간에도 초기 2개월간만 가격 약세가 나타났을 뿐 이후엔 집값이 꾸준히 올랐다. 다만 2011년 6월 금리 인상 이후 1년간 3.25%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높아진 금리의 부담을 이기지 못한 투자자들이 매물을 처분하면서 막판에는 가격 약세 현상이 나타났다.

금리 인상 초기에 집값 단기 하락

과거 기준금리 상승기 주택 가격 흐름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기준금리를 처음으로 올린 직후에 집값이 조정을 받았다는 점이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이 즉각 시중금리에 반영된 때문이라기보다는 통화정책 방향성 전환으로 인해 주택시장에 관망세가 확산하고 매수심리가 일시적으로 위축된 결과로 풀이된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른 자체에 큰 부담을 느낀다기보다는 앞으로 금리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방향성이 확실해졌다는 인식이 주택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금리 방향성이 상승 전환한다는 것이 확실하다면 부동산 시장에는 악재이면서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기준금리 상승기가 2~3년 이상 유지되면서 경기 사이클이 다시 둔화국면으로 전환할 때쯤에야 집값 상승폭이 둔화하거나 약세 전환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경기 조절을 주목적으로 하는 기준금리가 오르면 전반적인 경제 활동이 위축되고 경제성장률이 낮아진다”며 “그 여파로 부동산 시장의 거래나 가격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일각의 논리는 국내 경기가 지금보다 더 안좋아지는 것을 감수해야만 성립 가능하다는 뜻이다.

김 실장은 “기준금리를 많이 올리면 부동산 가격은 당연히 떨어지겠지만 통화정책의 주목적이 경기 조절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자료: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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