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안하면 과징금 120만원…천안시 버스기사에 인사강요 논란

인사 안하면 과징금 120만원..시측 “불친절 민원 대책"
버스기사들 "강제 인사 요구는 인권침해" 반발
승객들 "버스기사 인사 강제해도 불친절 여전"
전문가 "민원에 직접 대응하는 정책 모색해야"
  • 등록 2018-12-10 오전 5:00:00

    수정 2018-12-10 오전 5:00:00

지난 7일 오전 천안 11번 버스에 승객들이 오르자 버스 기사가 인사를 건네고 있다.(사진=최정훈 기자)
[천안=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7일 오전 9시쯤 충청남도 천안시 종합버스터미널 앞에서 7번 버스를 타자 버스기사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7번 버스 기사는 정류장에 도착해 2~3명의 승객이 올라탈 때마다 버스기사는 핸즈프리 스피커로 인사를 이어갔다. 인사를 받아주는 승객은 많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안하면 120만원 과징금…“불친절 민원 대책”

천안시가 시내버스 기사들에게 승객이 승차할 때마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의무화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버스회사에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천안시 버스기사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인사를 하지 않는다고 벌금을 물리는 건 인권침해’라며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지방자치단체와 버스기사들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천안시는 지난달 12일 보성여객 등 천안시 버스운수업체 세 곳에 “전 노선을 운행하는 모든 차량의 운전사는 핸즈프리를 착용하고, 승객이 차에 오르면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의무화하라”라고 공문을 보내 지시했다.

천안시는 운수사업법 제23조에 적시된 ‘시내버스의 안전운송 확보와 서비스 향상’을 이행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시는 이를 위반할 경우 관련법에 따라 운수업체에 1건당 12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천안시 관계자는 “천안시 버스에 대한 민원이 연 500건에 달할 정도로 시민들의 불만 목소리가 높았다”며 “시 차원에서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천안에 거주하는 정모(20·여)씨는 “천안에서 버스를 타면 유독 불쾌한 경험을 많이 하게 된다. 승객이 자리에 앉기도 전에 급출발을 하거나 승객과 험한 말로 싸우는 버스기사도 있다”며 “천안 버스기사들이 이전보다 좀 나아진 거 같기도 하지만 주위 사람들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버스를 이용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천안 우체국 앞에서 만난 최수연(26·여)씨는 “얼마 전에 서울에서 버스를 이용해보고 너무 친절해서 놀랐다”며 “천안에서는 버스를 타기 위해 도로로 나가 손을 흔들어야 하는 경우도 많고 혹여나 손님이 몰려 뒷문으로 승객이 탑승하면 욕설을 하는 버스기사도 있다”고 전했다.

천안 우체국 앞에서 만난 최수연(26·여)씨는 “인사 의무화를 시행한 이후에도 불편함을 느꼈던 부분이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다”고 전했다.(사진= 최정훈 기자)
천안 버스기사 “인사 강제하는 것은 인권침해”

반면 버스기사들은 이같은 인사 의무화가 버스기사에 대한 인권침해일 뿐 아니라 오히려 안전운전을 위협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천안 A버스회사 관계자는 “기사들은 버스 운행 중 핸즈프리를 착용하고 승객들이 차에 오를 때마다 인사를 할 경우 집중력이 떨어져 승객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천안 12번 버스를 운행하는 한 기사는 “시민들의 불친절 민원에 대해서 버스기사들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면서도 “운행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승객들의 안전까지 신경쓰다보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버스기사는 “1번 버스의 경우 하루에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코스를 10회 정도 운행해 하루 평균 16시간 정도 일한다”며 “일정도 빡빡한 데다 쉬는 시간도 부족한 버스 기사들이 수두룩하다. 이런 상황에서 승객에 친절하기는 쉽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천안 시민들도 인사하면 과징금을 물리는 정책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천안 종합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정모(20·여)씨는 “사실 인사 의무화가 그렇게 효과가 있는 정책인지 의문”이라며 “기사가 인사는 하지만 불편함을 느꼈던 부분은 그대로 였다”고 전했다.

최수연씨도 “승객들이 몰릴 때 기사님께서 인사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봤다”며 “누굴 위한 그리고 무엇을 위한 정책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사라는 자율 영역을 간섭하는 정책보다는 실제 민원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승하 숙명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불친절 등 민원을 인사 강제함으로써 해결하려는 것은 원인과 결과를 잘못 설정한 정책”이라며 “인사를 한다고 해서 친절을 보장하는 것은 아닌 만큼 민원에 직접 대응할 수 있는 다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건 경기대 행정학과 교수는 “인사는 전적으로 자율의 영역인데 지자체에서 자율의 영역까지 간섭하는 건 지나치다”며 “버스가 서비스업종이라는 특성상 민원에 예민하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인사를 강제하기 보다는 구체적인 민원을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
천안 버스에 붙어 있는 안내문.(사진=SNS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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