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좋았지만… 국내 증시 방관, 정책 대처 미흡 ‘낙제’

출범 당시 코스피 지수 2270→2122선 후퇴
소주성 실패…반도체·매크로·저성장 기조도 악재
"코벤펀드 시장 교란…정부개입 줄이고 산업정책 동반해야"
  • 등록 2019-11-15 오전 5:00:00

    수정 2019-11-15 오전 5:00:00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문재인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돌았지만 자본시장정책에 대한 중간 성적표는 낙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월 발표한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통한 자본시장 혁신방안’도 취재와는 달리 시장 리스크를 키우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고, 증권거래세 인하를 단행했지만 찔끔 내린 탓에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평가다. 국내 증시는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 변수로 지난 2년 6개월간 크게 출렁였다가 문 정부 출범 수준으로 겨우 되돌아왔다.

국내 증시 방관…추가 대책 無

1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유가증권 지수는 전일 대비 16.78포인트(0.79%) 상승한 2139.23으로 마감했다. 지난 2017년 5월 10일 문 정부가 출범할 당시 코스피 지수(종가, 2270.12)보다 130.89포인트 더 내려간 수치다. 코스닥 지수는 663.31로 출범 당시(642.68)보다는 올랐지만 올 하반기에는 590선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국내 증시가 2년 6개월 간 박스권에 갇혀 있었던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 정권의 정책 실패와 대내외 경기 침체 및 정세 불안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해석했다.

A증권사 관계자는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의 실패가 국내 증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면서 “인건비가 빠르게 오르다 보니 기업들이 투자를 늦추고 고용을 줄이면서 내수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 소득을 올려서 소비를 늘리고 기업의 생산성이 늘어나고 기업이 다시 고용을 늘리겠다는 것이 소주성의 핵심”이라며 “이는 폴란드 경제학자 칼레츠키의 모델로 사회주의 사회에서나 가능할 법한 구조이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임금을 올리는 순간 고용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코스피지수가 지난 7~8월 급락세를 보이며 한때 1990선도 위협받았지만 그럴듯한 증시부양책 하나 내놓지 않고 수수방관했다고 지적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앞선 정권들에서는 증시가 좋지 않으면 연기금을 동원하는 편법을 써서라도 살리려고 했지만 현 정권은 인위적은 부양을 싫어하는 경향이 커 그냥 놔두고 있는 것 같다”며 “작년 1월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 외 지금까지 자본시장과 관련한 우호적인 정책을 발표한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오히려 부동산 시장에만 편중된 정책을 펴는 것 같아 아쉽다”고 털어놨다.

반도체 업황 부진과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도 컸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우리나라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보니까 이 업황 사이클에 따라 증시가 움직인 것 같다”며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도 작년 여름부터 관세 부과 이슈로 본격화하면서 국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특히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의 시가총액을 합치면 전체 시가총액의 26%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아 반도체 업황 부진에 따른 코스피 지수 하락이 동반됐다는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정책의 영향을 받는 건 내수주(株) 주가인데 이번 정권의 정책도 매크로상의 악재를 타개할 정도로 긍정적인 효과는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구조적 문제가 국내증시를 누르는 악재였다는 평가도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구조적으로 저성장기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며 “성장하는 기업들이 잘 나타나지 않고 있고, 수출로 매출이 늘지 않으면 다른 분야에서는 매출이 거의 늘지 않고 영업이익도 증가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연결되고 있어 주가도 제자리걸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모험자본 지원 시급…민간에 맡겨야

정부가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정책은 벤처기업의 코스닥 상장 요건은 완화해 유니콘 기업으로 육성하고 코스닥벤처펀드를 조성해 시장에 대한 세제 및 금융지원을 확대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하지만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 시장 문턱이 낮아지자 일부 기업들은 공시 불이행 등 불성실공시법인인 지정되는 횟수가 증가하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특히 무분별한 코스닥 벤처펀드 조성으로 발행시장으로 돈이 쏠리면서 메자닌(채권과 주식의 중간 위험 단계의 CB나 BW에 투자) 시장을 교란시켰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 센터장은 “기본적으로 주식시장과 관련된 것은 민간에서 돌아가는 메카니즘이 더 강하기 때문에 코스닥 벤처펀드 정책이 효과를 봤다고 말하긴 힘들다”며 “다만 이 정책으로 발행시장쪽으로 돈이 많이 가서 벤처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쉬워졌지만, 시장이 좋아야 상장하면서 자금이 회수되는 데 유통시장은 썩 좋지 않았기 때문에 두 시장 간 심각한 괴리가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벤처펀드가 살기 위해서는 정부의 개입을 줄이고 민간에 맡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A증권사 관계자는 “이 펀드는 혁신경제를 내세워 포용성장 쪽으로 가자고 만든 것”이라며 “이에 대한 운용을 민간에 맡겨야 하는데 정부가 자꾸 개입하려고 하니 역효과가 나서 지금은 성장 동력마저 잃었다”고 지적했다.

B증권사 관계자는 “발행시장 쪽에서 건전하게 기업체로 자금이 흘러들어가서 설비 투자로 연결되고 건전하게 재성장으로 나와 줘야 되는데 필요한 자금에 비해서 훨씬 큰 규모로 이 펀드가 만들어지다 보니까 돈이 갈 데가 없어졌다”며 “의무적으로 일정부분은 신주에 투자해야하는 상황이었는데 결국 과열되면서 제로 금리를 찍어주는 등 묻지마식 형태의 투자로 변질됐고, 이는 라임 사태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도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현 정부가 남은 임기동안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산업정책도 동반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황 연구위원은 “미국의 시총 상위기업들 안에는 페이스북 등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기업들이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새 종류의 기업이 안 나타나고 있다”면서 “신(新)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업들이 늘어날 수 있도록 국내 산업규제가 유연해질 수 있도록 자본시장 정책과 산업정책을 한 세트로 묶어서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에 대한 법인세 감축 등 세제혜택을 늘려 투자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코스닥벤처펀드가 정부 주도로 만든 관제펀드다 보니 제대로 된 모험자산의 투자가 사실상 어렵다고 지적한다.

B증권사 관계자는 “중소기업을 활성화시키고 신성장산업을 이끌어내려면 모험자본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며 “10개 기업으로 조성된 펀드에 투자한다고 할 때 8곳이 실패해도 1~2곳만 성공해도 괜찮다는 식의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 정부가 투자 자금 손실에 대한 책임을 벤처캐피탈회사에 묻고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격적 투자로 유니콘 기업이 탄생하는 선례가 나와줘야 후발주자들도 생겨나기 마련”이라며 “또 스타트업에서 강소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창업초기 투자자금 외 한 번 더 자금을 지원해주는 정책마련도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홈런 신기록 달성
  • 꼼짝 마
  • 돌발 상황
  • 우승의 짜릿함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