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PD의 연예시대②]'후크' '막장'··· 날로 심각해지는 연예계 편식

  • 등록 2009-06-15 오전 11:25:38

    수정 2009-06-15 오전 11:26:35

▲ 가수 손담비와 그룹 슈퍼주니어와 소녀시대

[이데일리 SPN 윤경철 객원기자] 연예계가 심각한 편식현상을 보이고 있다.
 
국내 대중문화계에서 이른바 '잘 팔리는' 특정 장르에 몰리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 독창성이나 예술적 가치보다는 특정 장르가 흥행에 성공하면 너도나도 몰리는 바람에 비슷한 장르의 노래와 드라마가 넘쳐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요계에는 지난해 말부터 후크송 광풍이 일고 있다. '후크(hook)'란 특정 멜로디와 가사를 반복하는 후렴구를 일컫는 음악 용어로 후크송은 이같은 후크가 후렴구를 넘어서 곡 전체에서 반복적으로 배치되는 노래를 일컫는다. 소녀시대 '지(Gee)', 손담비의 '미쳤어'와 '토요일밤에',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 카라의 '허니'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노래는 모두 공중파 순위 1위에 올랐다.
 
스타들이 성공을 하자 최근 데뷔하는 신인들도 후크송을 타이틀곡으로 너도 나도 선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요즘 가요계에선 장르를 구분할 때 '후크송이냐, 아니냐'로 구분한다는 우스개 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후크송이 범람하면서 가요계에선 장르적 쏠림 현상이 극에 달하고 있다며 우려한다. 하지만 제작자들은 후크송에 대한 미련을 쉽사리 버리지 못하고 있다. 후크송의 강한 ‘중독성’으로 단판승부를 내야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다.

얼마전 후크송 제작을 의뢰했다는 한 가수는 "성공한 히트코드에 대한 유혹을 버리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음악적 자존심이나 다양성보다는 히트 작곡가의 중독성 강한 음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대중문화의 히트코드인 후크송의 범람이 꼭 나쁜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록, 댄스 등 다양한 장르가 히트하는 미국·일본 시장과 달리 후크송만이 강세를 보이는 우리네 시장은 분명 기형적이다.

▲ KBS 2TV '장화홍련', MBC '하얀 거짓말', SBS '녹색마차'(사진 맨 위부터)

가요계 후크송처럼 드라마에서 자주 애용하는 문화적 편식은 막장코드다. 막장 드라마는 불륜, 치정, 패륜, 복수 등을 주요 소재로 한 드라마를 일컫는다. 주로 아침드라마에 즐겨 사용되던 소재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미니시리즈나 일일극 그리고 주말극까지 이런 소재를 자주 활용하고 있다.
 
MBC 아침드라마 ‘하얀 거짓말’은 옛 애인의 이복동생과 결혼해 자신을 버렸던 남자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고, KBS 2TV ‘장화홍련’은 병에 걸린 시어머니를 버리고 절친한 친구에게 살인죄를 씌운 뒤 감옥에 보낸다. 또 SBS ‘녹색마차’는 연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남자와 결혼한 여자가 뒤늦게 이 사실을 깨닫고 남편에게 복수한다는 설정이다.
 
이외에도 MBC 일일드라마 ‘밥줘’는 옛 연인과 외도를 하게 되는 주인공과 아내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올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드라마 '아내의 유혹' 역시 치정과 복수, 패륜 등 소위 ‘막장 드라마’의 코드를 두세개씩 갖추고 있었다.

최근들어 막장코드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후크송의 인기와 비슷한 이유 때문이다.

요즘 같은 불황에는 더더욱 훗날을 기약할 수 없는 외주 제작사 입장에서는 자극성 강한 소재와 선정적인 프로그램들로 시청자들의 얄팍한 관심이라도 사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함에 '막장'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제작진에게는 시청률이 곧 제품 생산의 바로미터다. 시청률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다보니 예전에는 다루기 조심스러워 꽉 막힐 때 돌파구로나 사용했던 출생의 비밀, 네 남녀의 사각 멜로 구도 등도 마구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요즘은 아예 제작단계부터 이를 적극 활용하는 분위기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이런 구도는 당장의 인기는 담보할 수 있을지 몰라도 문화적 가치로서 긴 생명력을 갖긴 어렵다. 
 
한 방송관계자는 "홍콩 르와르 영화나 조폭 소재 국내 영화가 단명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면서 "조금 힘들고 돌아가더라도 독특하고 다양한 대중문화를 만들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OBS경인TV '독특한 연예뉴스', '윤피디의 더 인터뷰' 프로듀서(sanha@o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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