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복제약]잇단 복제약 품질 문제…위탁생산 제한해야

위수탁 통해 쉽게 허가…경쟁 부채질
정부 스스로 복제약 불신 초래
의료비 절감·치료기회 확대…복제약 순기능도 있어
공동생동 '1+3' 등 복제약 품질관리 정책 절실
  • 등록 2018-08-09 오전 2:00:00

    수정 2018-08-09 오전 7:21:28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강경훈·김지섭 기자]고혈압약 등 의약품에서 발암물질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국민들 사이에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눈 앞의 이익을 위한 저가 원료의약품 사용, 불법 리베이트를 조장하는 마구잡이식 의약품 허가 등 현재의 복제약(제네릭) 관련 정책을 근본적으로 손봐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제약사 한 임원은 “발암물질 고혈압약 사태는 앞으로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눈 앞의 이익을 위해 저가 원료를 사용하는데 급급하고 복제약 품질 관리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이런 사고는 반복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발암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된 ‘발사르탄’ 성분 고혈압약에 대한 전수조사를 이달 안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지난달 중국 제지앙 화하이가 제조한 발사르탄에서 NDMA가 나온 것으로 알려지자 식약처는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 해당 원료가 들어간 54개 업체 115품목을 확인했다. 이는 미국(10품목)과 영국(5품목), 캐나다(21품목) 등 주요 선진국보다 월등히 많은 품목수다. 특히 지난 6일 중국 루하이 룬두가 만든 59품목에서도 NDMA가 검출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허가된 발사르탄 성분 571품목 가운데 30.5%에서 발암물질이 나와 판매가 중단된 상황이다. 식약처가 현재도 전수조사를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발암물질 고혈압약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발암물질 고혈압약이 무더기로 적발된 것은 그만큼 복제약이 많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복제약은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일하게 인체에 흡수된다는 것을 입증하는 생물학적동등성(생동성) 시험만 거치면 허가가 이뤄진다. 특히 우리나라는 개발 능력이 없는 제약사도 위탁업체를 통해 공동으로 생동성시험을 거쳐 복제약을 출시할 수 있다.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가 끝나는 시점에 수십, 많게는 수백개의 복제약이 쏟아져 나올 수 있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신약은 물론 복제약을 개발할 능력도 없이 팔기만 하는 곳을 과연 제약사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같은 성분의 복제약이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만료 시기에 한꺼번에 시장에 풀리다보니 부작용도 만만치않다. 복제약끼리 경쟁에서 초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정부의 안일한 대응도 복제약 품질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부채질한다.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리베이트 투 아웃제’에 걸린 한국노바티스의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정지 처분을 결정했다. 리베이트 투 아웃제는 처방 촉진을 목적으로 의료인 등에게 금품 등을 제공했을 때 두 번 이상 적발된 해당 품목의 건강보험 급여를 정지하는 제도다. 급여가 정지되면 환자들이 약값을 모두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됨을 의미한다. 그러나 환자단체 등에서는 복제약에 대한 우려를 떨치기 어렵다는 이유로 글리벡의 급여 정지를 반대했고, 이에 복지부는 급여정지 대신 과징금 처분을 결정했다. 정부 스스로 복제약의 품질이 오리지널 의약품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다만 철저한 관리로 품질에 대한 신뢰를 확보한다면 복제약도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복제약은 동등한 효과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오리지널 의약품과 경쟁체제를 구축, 국가 전체적으로 의료비를 줄이는 수단이 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의료비는 2008년 35조원에서 2015년 54조원으로 54% 늘었지만 약제비 비중은 29.6%에서 26.2%로 줄었다. 그만큼 약제비 증가폭이 더뎠다는 의미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복제약 등장으로 오리지널 약값이 30~50% 싸진 것도 약제비 비중 감소의 이유”라며 “각국 정부는 다양한 복제약 활성화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통적으로 오리지널 의약품을 선호했던 미국도 복제약 활성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 복제약 제조사 모임인 의약품접근성협회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10년 동안 매년 평균 1794억달러(약 200조3900억원)의 의료비를 절감했다. 일본도 복제약 점유율을 시장의 8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의료비 절감 뿐만 아니라 복제약으로 거둔 수익을 신약 개발 등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캐시카우’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복제약의 순기능으로 평가된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는 “복제약도 기업이 연구·개발에 투자할 원동력과 공공재의 성격으로 저렴하게 의약품을 공급하는 축이 될 수 있다”며 “국민들이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과 정부의 품질 관리가 맞물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복제약의 품질을 높이고 순기능을 강화해 신약 개발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국산 복제약 품질 향상을 위해 공동생동성시험이나 위탁생동성시험을 할 때 참여 업체 수를 원 제조업체 한 곳 당 세 곳까지만 허용하는 ‘1+3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복제약 난립을 막고 일정 수준의 경쟁을 유도해 품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원식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국장은 “복제약이 공동생동으로 인해 숫자가 많다는 것은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며 “보건복지부와 협의체를 만드는 등 대책 마련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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