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용과 '오셀로', 판소리로 하나의 '이야기'가 되다

창작집단 희비쌍곡선 '판소리 오셀로'
정동극장 '2018 창작ing 시리즈'로 무대에
"판소리보다 '극'에 방점…이야기가 중요"
  • 등록 2018-09-03 오전 6:00:00

    수정 2018-09-03 오전 6:00:00

창작집단 희비쌍곡선 ‘판소리 오셀로’의 한 장면(사진=정동극장).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셀로’가 판소리로 재탄생해 무대에 오르고 있다. 정동극장이 ‘2018 창작ing 시리즈’ 첫 작품으로 선보인 창작집단 희비쌍곡선의 ‘판소리 오셀로’(9월 22일까지 정동극장)가 그 주인공이다.

창작집단 희비쌍곡선은 연출가 임영욱과 소리꾼이자 배우로 작창과 음악까지 도맡고 있는 박인혜 2인으로 구성한 창작단체다. 이들은 ‘판소리 오셀로’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녀 단을 주인공으로 신라시대 처용의 설화와 ‘오셀로’를 엮어 원작에 대한 재해석을 펼친다. 지난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ACC 동시대 공연예술 페스티벌’ 프로그램으로 초연한 작품으로 서울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열린 전막 시연회 후 창작집단 희비쌍곡선을 만났다. 임 연출은 “몇 년 전 처용이 이슬람국가에서 온 왕족이란 학설을 듣고 흥미로웠다”며 “처용과 마찬가지로 오셀로도 이방인으로서 그 나라에 명망 있는 지위에 올랐지만 처용과 다른 결말을 맞는다는 점에서 이를 비교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대본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판소리지만 연극적인 요소가 두드러지는 것이 특징. 박인혜는 단 역을 통해 ‘오셀로’의 주인공 오셀로·이아고·데스데모나로 시시각각 변하며 소리는 물론 노래와 연기까지 소화한다. 박인혜는 “기존 판소리와 달리 이 작품은 역할의 구분이 명확해야 해서 고민이 많다”며 “1인극이다 보니 초반에 관객 마음을 여는 것도 중요해 많은 부분을 신경 쓰며 연기한다”고 말했다.

창작집단 희비쌍곡선의 소리꾼 겸 배우 박인혜(위쪽), 연출가 임영욱(사진=정동극장).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한 것은 2013년부터다. 박인혜의 첫 모노드라마였던 ‘비단치마’에 임 연출이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됐다. 2015년 장소특정형 공연 ‘같거나 다르거나 춘향가’부터 창작집단 희비쌍곡선이란 이름으로 함께 활동하고 있다. ‘판소리 필경사 바틀비’ ‘어이하리 이내 마음은 오뉴월 버들마냥’ ‘박흥보 씨 개탁이라’ ‘판소리 레겐트루데’ 등 다양한 작품으로 국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판소리 필경사 바틀비’로 올해 1월 ‘제5회 이데일리 문화대상 국악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들에게 판소리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중요한 매체다. 그래서 두 사람은 판소리보다 ‘극’을 강조한다. 박인혜는 “우리 단체의 방점은 ‘판소리’가 아닌 ‘극’에 있다”며 “다른 판소리 창작단체에는 없는 고정 연출가·작가가 우리에게는 있다는 점이 창작집단 희비쌍곡선만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임 연출은 “창작자에게 중요한 것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어떤 매개체로 전달하느냐”라며 “결국 우리가 나아가려는 방향은 ‘포스트드라마연극’이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창작집단 희비쌍곡선이란 이름은 “일희일비하지 말자”는 뜻을 담고 있다. 임 연출은 “어떤 예술도 정성껏 관객과 만난다면 그에 상응하는 기쁨을 줄 거란 확신이 있다”며 “판소리를 좋아할 사람은 반드시 좋아하게 될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박인혜는 “이번 정동극장 공연은 20여회에 가까운 장기공연으로 일반 관객과 만날 기회가 돼 기쁘다”며 “1인극이라 매회가 힘들지만 그래도 관객의 피드백을 들으며 성장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창작집단 희비쌍곡선 ‘판소리 오셀로’의 한 장면(사진=정동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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