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60. 아군을 절대적으로 믿어라

  • 등록 2018-12-06 오전 6:00:00

    수정 2018-12-06 오전 6:00:00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경영 어구에 이런 말이 있다. “사람을 못 믿겠으면 절대로 쓰지 말고 일을 맡겼다면 끝까지 믿어라.” 이 같은 철학은 기업 위기관리에서도 통하는 매우 중요한 조언이다. 위기 시 조직 구성원들은 한마음을 중심으로 하나로 똘똘 뭉쳐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럴 수 있는 기업은 매우 드물다. 현실적 이야기다.

위기가 발생하면 기업 구성원들은 그 위기를 둘러싸고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마음을 먹게 마련이다. 이 현실은 그들이 악하거나 부족해서가 아니다. 인간 본성이 그러므로 기업은 위기 시 이러한 구성원들의 다른 생각과 마음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원칙과 프로세스를 평소 강하게 강조하라 조언한다.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는 구성원들의 생각과 마음을 원칙과 프로세스라는 기준을 들어 그 범주에 머무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위기 시 위부터 아래에까지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생각과 마음을 먹는 기업은 아무런 유효한 원칙이나 프로세스도 보유하지 않았던 기업일 수 있다.

더 나아가 위기 시 기업 구성원들은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또한 현실적으로는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다. 필자도 수십 년간 그렇게 위기 시 구성원 모두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기업은 본 적이 없다. 기술적으로도 그렇고, 조직적으로도 그렇고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다.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도 어렵다는 상황에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라는 것은 걷지 못하는 아기에게 마라톤을 뛰라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위기 시 기업에 커뮤니케이션 창구라도 일원화하라 조언한다. 차선책이지만, 어찌 보면 유일한 대안인 셈이다.

구성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창구를 일원화하게 되면, 기업이 내외부적으로 한목소리를 낼 가능성은 그 이전보다 높아진다. 문제는 또 구성원 각자가 창구일원화라는 원칙을 준수해 주는가다. 누구 하나라도 창구일원화 원칙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창구일원화 효과 자체가 단박에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구일원화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니 중요한 개념이다.

일단 창구일원화가 되었다고 치자. 그렇다면 그 커뮤니케이션 창구가 스스로 전략적 메시지를 기반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해야 한다. 만약 그 창구가 그런 중요한 업무를 수행할 역량이 부족하다면 어떻게 될까? 전략적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여론 감각을 발휘해 필요한 메시지를 적시에 전달한다는 개념이 부족하다면 어떻게 될까?

창구일원화 실패라는 개념 자체를 넘어 위기는 절대 관리되지 않을 것이다. 부족한 창구 일원화가 또 다른 위기를 발생시킬 것이다. 심지어 상황관리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고, 사회적 공분까지 조성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창구 기능과 책임을 맡은 커뮤니케이션 인력들은 평시 자신을 훈련하고 지속적으로 시뮬레이션 하라고 조언 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제대로 된 조직과 기업의 대변인들은 대부분 극도로 훈련된 전문 인력이다. 심지어 기존 전문가들도 실수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반복 시뮬레이션을 해 예상치 못한 실수도 줄여보려 노력한다. 그 수밖에 다른 길이 없다.

이 몇 가지 위기관리 개념과 과정에만 비춰보아도 경영자들은 위기 시 조직 구성원들이 실제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불안해할 수 있다. 우리 회사 구성원들이 위기 시 하나의 마음을 갖게 될까? 우리가 위기 시 한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우리 회사의 커뮤니케이션 창구는 적절한 역량을 가지고 있을까?

위기 시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경영자들의 이러한 현실적 불안이 종종 위기관리 자체에 장애가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문제다. 자신의 조직을 믿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비선 조직이 가동되거나, 외부 인력들에 자신의 위기관리를 맡기는 기현상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자문이나 협업 형식을 넘어 내부 인력들은 기술적으로 무력화시키고, 경영자가 외부에서 위기관리 역량을 사거나, 활용하는 데 모든 집중을 하는 경우가 그렇다. 당연히 이런 방식의 위기관리는 결과가 대부분 좋지 않다. 그에 대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다음 기회에 다루어 보기로 하자.

다시 앞의 “사람을 못 믿겠으면 절대로 쓰지 말고 일을 맡겼다면 끝까지 믿어라”는 말을 다시 곱씹어 보자. 위기관리 차원에서는 이 말 앞에 이런 생각이 생략되어 있다. “믿을 수 있을 만큼 사람들을 훈련하고 지원하고…”라는 말이다. 그런 평시 노력이 있었음에도 믿지 못한다면 쓰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런 노력을 기반으로 일을 맡겼다면 끝까지 믿어주는 것이 성 공책이다. 아군인 내부 인력에 더욱더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자. 그리고 믿자. 그전에 먼저 살펴라도 보자.

◇필자 정용민은 누구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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