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안동농협의 전체 임직원이 지난 10월과 11월 두 달 동안 9차례에 걸쳐 1박 2일씩 수련원을 다녀갔다. 가을수확철의 바쁜 일손을 교대로 잠시 내려놓고 조합원과 고객들에게 더 나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선비수련에 참여한 것이다. 그런데 안동농협의 선비수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8년 전인 2010년에도 전 임직원이 5차례에 걸쳐 다녀갔다. 그때 수련을 마친 수련생들이 퇴계 선생께서 평생을 실천했던 경(敬)의 정신을 직장과 가정에서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하던 다짐이 아직도 기억에 새롭다.
퇴계 선생이 평생토록 실천한 ‘경’의 정신은 무엇인가? 그것은 몸과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整齊嚴肅) 생각을 한 데 모아 흩뜨리지 않으며(主一無適), 늘 깨어있는(常惺惺) 자세로 모두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당시 안동농협은 수련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이것을 자신들이 종사하는 농업과 결합시켜 ‘경의 농업’을 경영이념으로 내세워 실천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500년 전 퇴계 선생의 가르침을 21세기 오늘의 현실에서 맞추어 실천하기란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그래서 안동농협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임직원들이 책도 많이 읽고 각종 모임도 가지는 등 그동안 각고의 힘을 기울였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안동농협은 이후 농민조합원과 소비자, 고객들의 큰 호응을 받아 종합업무 평가에서 전국 단위농협 1100여개 중 최우수 조합상을 6번이나 수상하였다. 여기에 지난해에는 처음 제정된 윤리경영대상까지 수상하였다. 한 번 받기도 어려운 상을 휩쓸면서 경이적인 금자탑을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필자를 비롯한 우리 수련원 가족 모두는 그들의 결연한 자세 앞에 매우 작아지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면서 이분들이 우리에게 배우러 온 것이라기보다 큰 스승 퇴계 선생의 가르침으로부터 배려와 섬김의 ‘경’을 배우러 왔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프로그램 진행에 정성을 다하였다. 이를 통해 수련원 가족 또한 안동농협의 훌륭한 정신을 배우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의 보람된 시간을 가졌음은 물론이다. 퇴계 선생이 ‘경’을 실천하여 역사적인 인물이 된 것처럼 오늘날에도 이를 본받아 실천한다면 누구든 어떤 조직이든 안동농협처럼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위상을 차지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