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선비정신으로 찾아간 최고의 길

  • 등록 2018-12-19 오전 5:00:00

    수정 2018-12-19 오전 5:00:00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 필자가 있는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은 후미진 산골에 있다. 이런 곳에 그 옛날의 선비정신을 체험하기 위해 많은 수련생이 찾아오고 있으니 하나같이 모두 고마울 따름이다. 그 중에서도 수련원이 위치한 안동에서 찾아오면 더욱 남다른 의미로 맞이하게 된다. ‘가까이 있는 사람이 기뻐해야(近者說) 먼 곳에 있는 사람이 찾아온다(遠者來)’고
했듯이, 가까운 곳에서 인정을 받는 것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마침 안동농협의 전체 임직원이 지난 10월과 11월 두 달 동안 9차례에 걸쳐 1박 2일씩 수련원을 다녀갔다. 가을수확철의 바쁜 일손을 교대로 잠시 내려놓고 조합원과 고객들에게 더 나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선비수련에 참여한 것이다. 그런데 안동농협의 선비수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8년 전인 2010년에도 전 임직원이 5차례에 걸쳐 다녀갔다. 그때 수련을 마친 수련생들이 퇴계 선생께서 평생을 실천했던 경(敬)의 정신을 직장과 가정에서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하던 다짐이 아직도 기억에 새롭다.

퇴계 선생이 평생토록 실천한 ‘경’의 정신은 무엇인가? 그것은 몸과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整齊嚴肅) 생각을 한 데 모아 흩뜨리지 않으며(主一無適), 늘 깨어있는(常惺惺) 자세로 모두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당시 안동농협은 수련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이것을 자신들이 종사하는 농업과 결합시켜 ‘경의 농업’을 경영이념으로 내세워 실천하기 시작하였다.

이들이 실천하는 ‘경의 농업’은 “내 부모 대하듯 정성을 다해 고객을 대하고”, “내 가족이 먹는다 생각하고 농산물을 생산하며”, “자연을 아끼고 환경을 보존하자”는 것으로 집약된다. 만인은 나의 형제요 만물은 나의 이웃이라는 퇴계의 가르침을 자신들의 농업과 금융에 그대로 적용하고 실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운동을 앞장서 이끌고 있는 5선의 현 권순협 조합장은 “농업도 돈을 목적으로 하지만 그것이 최우선은 아니다. 먹는 것은 곧 생명과 직결된다. 돈벌이를 위한 과도한 농약 사용은 생명을 경시하는 것이다. 비료와 농약을 줄여 안전한 먹거리를 만드는 인간존중의 마음으로 정성스레 농업을 해나간다면 소비자들도 알아줄 것이다”라며 ‘경의 농업’에 몰두하는 이유를 밝혔다.

그런데 500년 전 퇴계 선생의 가르침을 21세기 오늘의 현실에서 맞추어 실천하기란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그래서 안동농협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임직원들이 책도 많이 읽고 각종 모임도 가지는 등 그동안 각고의 힘을 기울였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안동농협은 이후 농민조합원과 소비자, 고객들의 큰 호응을 받아 종합업무 평가에서 전국 단위농협 1100여개 중 최우수 조합상을 6번이나 수상하였다. 여기에 지난해에는 처음 제정된 윤리경영대상까지 수상하였다. 한 번 받기도 어려운 상을 휩쓸면서 경이적인 금자탑을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잘 나가는 기관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또다시 수련원에 입소하였으니, 그 결정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시 입소한 배경에 대해 이들은 ‘경’에 대한 실천이 한층 완숙해져야 조합원과 고객들에게 더 다가갈 수 있고, 또 이제 겨우 눈을 뜬 새내기들도 확신을 갖고 실천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필자를 비롯한 우리 수련원 가족 모두는 그들의 결연한 자세 앞에 매우 작아지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면서 이분들이 우리에게 배우러 온 것이라기보다 큰 스승 퇴계 선생의 가르침으로부터 배려와 섬김의 ‘경’을 배우러 왔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프로그램 진행에 정성을 다하였다. 이를 통해 수련원 가족 또한 안동농협의 훌륭한 정신을 배우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의 보람된 시간을 가졌음은 물론이다. 퇴계 선생이 ‘경’을 실천하여 역사적인 인물이 된 것처럼 오늘날에도 이를 본받아 실천한다면 누구든 어떤 조직이든 안동농협처럼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위상을 차지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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