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미·중 무역협상 시나리오

  • 등록 2019-05-17 오전 5:00:00

    수정 2019-05-17 오전 5:00:00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미국이 2000억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 관세를 물렸다. 그동안 이들에게 부과됐던 관세율은 10%다. 이미 동일 수준의 관세를 물고 있던 500억달러를 포함하면 25% 관세가 부과된 중국 제품의 규모는 전체 대미 수출액 5395억달러의 절반에 해당하게 된다. 이에 대응해 중국도 60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했다. 다음 달 말 열리는
G20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중국이 극적으로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까지는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는 상태다.

무역협상이 갑자기 어려워진 이유에 대해 주로 미국 쪽에서 얘기가 나오고 있다. 중국이 기존에 합의했던 사안 중 최고 6군데 이상의 재협상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보통의 예상과 차이가 많이 난다. 이번 무역 갈등은 미국이 처음 시작했고 진행되는 내내 미국이 협상을 주도했던 만큼 수정을 요구하더라도 미국이 하는 게 정상인데 반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중국이 재협상을 요구했다면 이는 지난 1년간의 데이터를 근거로 했을 것이다. 올해 1~4월 사이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1238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의 1360억달러에 비해 10% 가까이 줄었다. 중국의 미국제품 수입액 역시 388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556억달러에 비해 30% 넘게 줄었다. 이 차이로 인해 중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액은 작년에 비해 4% 정도 늘었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나쁘지 않은 결과다. 이런 모습은 중국의 향후 전략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무역협상이 결렬돼 미국이 수백억 달러에 해당하는 관세를 물리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 부담의 상당 부분이 미국 소비자에게 넘어갈 수밖에 없다. 당장 중국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곳을 찾기 어렵기 때문인데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곤혹스러운 것은 미국이다.

이란 핵 협상과 북미협상 결렬도 중국의 태도 변화에 영향을 줬을 것이다. 이란 핵 협상은 오바마 정부 때 합의안 서명을 마쳤고 국제핵사찰기구(IAEA)조차 약속했던 걸 잘 지키고 있다고 얘기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일반적으로 합의안을 뒤집어 버렸다. 북미 간 정상회담 역시 하노이에서 만나기 전에 양자가 합의했던 사안이 미국의 필요에 의해 현장에서 깨져버렸다. 이를 지켜본 중국 입장에서는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섣부른 양보보다 강공으로 나가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게 된 것이다. 강 대 강이 만나는 새로운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완전 해결이 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는 미국의 관세인상에 대해 중국이 즉각 보복조치를 단행하는 형태로 분쟁이 진행되고 있다. 최악의 그림인데 이런 흐름이 계속 이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조만간 타협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데 이유는 간단하다. 그게 둘 모두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능성은 일본과 미국 간 무역분쟁이 왜 1970년대가 아닌 1980년대에 일어났는지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970년대 일본 경제는 미국에 위협이 되기보다 도움이 되는 존재였던 반면 1980년대는 반대였다. 일본이 모든 면에서 미국 경제를 위협하는 수준이 되면서 견제가 필요했고 이때부터 무역 분쟁이 일어났다. 지금 중국 경제는 미국에 위협보다는 도움이 되는 존재다. 미국 소비자들이 여전히 중국의 저가 상품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둘 사이에 무한 갈등이 벌어질 경우 미·중 모두 불편해지게 된다. 다만 타결 시점은 시장이 기대하는 것처럼 한 달 내, 또는 G20 회담에서 정상 간 전격적으로 합의하는 형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짧아도 하반기는 되어야 합의에 도달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중국과 무역협상을 끝낸 후 미국은 일본과 유럽을 상대로 또 다른 협상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미국 이외 선진국들이 중국과 미국 중 어느 쪽을 응원할지 명확하다. 무역 분쟁에 관해서는 미국이 승자는 아닌 것 같다. 다른 나라로부터 응원을 얻기 힘든 상태이기 때문인데 그만큼 중국의 저항이 거세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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