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 맞서 첨단기술 발버둥 치는데…韓도 새 먹거리 찾아야"

정규돈 국제금융센터 원장 인터뷰②
'美·中 무역분쟁 속 韓 대응' 조언
中, 단순 조립 중심 제조업 한계 느껴
기술 자급자족 '제조 초강대국' 노려
향후 韓 경제에 부정적 영향 줄 수도
반도체 수출 환경 악화에 대비해야
  • 등록 2018-07-09 오전 5:00:00

    수정 2018-07-09 오전 10:14:13

정규돈 국제금융센터 원장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간선거 여론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중국을 압박할 것”이라며 “압박은 그 이후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요즘 무역전쟁은 먼 미래에 어떻게 기억될까. 당연시됐던 ‘미국 독주’ 체제에 균열이 가게 될까.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어떤 시사점이 있는 것일까.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 불과 3시간 전인 지난 6일 오전 10시. 다양한 궁금증을 안고 정규돈 국제금융센터 원장을 만나 2시간 가까이 인터뷰 했다. 국제금융센터는 20년 전인 1999년 4월 외환위기 방지를 위해 설립된 국제경제·금융 전문기관이다.

◇“무역전쟁은 기술패권 싸움”

정 원장에게 무역전쟁의 성격부터 묻자, “기술 헤게모니 싸움”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에도 타협보다는 갈등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여론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중국을 압박할 텐데, 그 이후로도 계속될 겁니다. 미국은 (중국이 자신의 지식재산권을 사용하고 돈을 내지 않는다고) 불만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정 원장은 “(미국이 중국의 첨단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것은) 지식재산권을 보호해 달라는 뜻도 있지만, 그보다 중국이 미국의 기술을 업그레이드 해서 그 기술을 무력화 하는 걸 못하게 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ZTE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려 했는데도 미국 내 여론은 ‘계속 제재하라’는 것이었다”고도 했다. 정 원장은 또 “중국이 (미국과의 지식재산권 같은 불공정 거래 등으로) 달러화를 많이 보유하게 될 경우 미국이 더이상 달러화 패권을 통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첨단기술 발버둥 치는 중국”

이는 곧 중국의 산업 고도화 노력이 미국에 위협적이라는 뜻도 된다. 그는 “중국의 제조업은 단순 조립식 위주여서 갈수록 경쟁력이 약해질 것”이라며 “그래서 첨단기술을 우리나라보다 더 악착같이 준비하고 있는지 모른다. 먹고살려고 발버둥 치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견제하는 중국의 ‘제조 2025’는 단순히 첨단산업을 키우려는 계획이 아니라 기술 자급자족이 가능한 제조 초강대국을 지향하고 있다.

그는 “중국도 산업구조 고도화는 양보할 수 없는 것”이라며 “관세 대응 카드가 소진될 경우 비관세 장벽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위안화 절하를 용인하는 대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무역전쟁을 넘어 통화전쟁까지 확전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정 원장이 강조한 건 결국 우리나라의 대응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겪었기 때문에 ‘위험 관리’는 체질화돼 있다”면서도 “미래 먹거리를 찾는 ‘기회 관리’를 더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정 원장은 “중국도 갈수록 생산비용이 상승하고 (또다른 생산기지인) 베트남 등이 등장하다보니 제조 2025가 아니면 먹고 살 길이 없다고 보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나마 반도체가 있긴 하지만, 반도체가 안 좋아질 경우 다른 산업들이 좋아질 여지가 있는지에 의문이 있다”며 “(돈 되는 기술을 개발하고 격차를 벌리는 것이) 그게 전쟁”이라고도 했다.

정규돈 국제금융센터 원장이 지난 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 위치한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中 경제, 거버넌스 우려 있어”

정 원장은 아울러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의 화두인 중국 경제 위기론에 대해서는 ‘거버넌스(지배구조)’를 지적했다. 중국 경제는 미국과의 무역전쟁과 함께 펀더멘털이 고장난 것 아니냐는 우려를 사고 있다.

정 원장은 “중국은 정치가 경제를 관여하면서 민간시장이 퇴조하는 모습”이라며 “정상적인 시장경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예컨대 KT(030200)포스코(005490)는 국내 정치권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관측이 많은데, 중국은 이런 경향이 더 심하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은 ‘부채 성장’을 했다”며 “경제성장률에 집착하다보니 오히려 부실이 심화된 측면이 있다. 제조 2025 계획이 나온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향후 우리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이 가시화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의 주력 품목인 반도체는 미·중 무역분쟁과 중국의 생산 확대 여부에 따라 수출 환경이 악화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정 원장은…

△1962년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서울대 행정대학원,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석사 △한남대 경제학 박사 △행정고시 31회 △통계청 경제통계국장 △기획재정부 대외경제국장 △지역발전위원회 지역발전기획단장 △국제금융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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